[사설] 한·일 정상, 얼굴 붉힌 토론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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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6-20 00:00
입력 2005-06-20 00:00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이 오늘 서울에서 열린다. 두 사람은 그동안 6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이번만큼 상황이 나빴던 적은 없었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상징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과거사 망언, 독도 논란에 한·미동맹을 균열시키려는 일본 지도층의 행태까지 난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 역사인식에서 일본측이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회담은 ‘실패작’이라는 혹평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한가닥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는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공통점 때문이다. 모두 소신이 강한 반면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를 강력히 거론해 그동안 일본 편향적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해를 얻어냈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잘 알아듣겠는데 왜 고이즈미 총리는 못 알아듣느냐.”면서 고이즈미에게도 정열적으로 얘기해보도록 권고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시는 전쟁을 않겠다는 맹세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이란 논리로 노 대통령을 설득한다는 구상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한·일 정상 사이의 역사인식차가 메워지지 않으면 북핵 공조와 경제·사회·문화 교류도 영향을 받게 된다. 정상회담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하다. 북핵과 각종 교류 강화에서 기본합의를 이룬 뒤 역사토론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그 또한 감수해야 할 것이다. 숙명적 이웃으로서 맺힌 곳은 하루빨리 풀어야 다음 협력단계로 올라설 수 있다. 야스쿠니신사를 대신할 추도시설을 건립하고 고이즈미가 신사참배를 중지하는 것이 합당한 결론이라고 보며, 두 정상간 토론 결과가 그런 쪽으로 나길 바란다.

2005-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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