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찔레꽃/이호준 인터넷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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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6-01 00:00
입력 2005-06-01 00:00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옛친구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모이는 자리라도 생기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이렇게 좋은 걸, 왜 자주 못 만나지?” 아무리 얘깃거리가 많은 세상이라도 군대친구를 만나면 군대이야기가 나오듯,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어릴 적 이야기가 질펀해진다.

“넌 지금도 그렇게 겁이 많으냐?” “무슨 소리야?” “생각 안 나? 찔레 꺾으러 갔다가 뱀 보고 놀라서 십리나 도망쳤잖아.” “허풍도…십리는 무슨….” 그런 날들이 있었다. 이맘때면 시골아이들은 유난히 배가 고팠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다 만나는 찔레순은 반가운 간식거리였다. 하지만 덩굴 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은 볼 때마다 섬뜩했다.



친구들을 만난 다음 날, 아파트 화단에 활짝 핀 찔레꽃을 보았다. 하얀 꽃이 짙푸른 녹음 속에 두드러져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다 궁금증이 일었다. 화단에 찔레를 심은 건 누굴까. 아마 그는, 그곳에 고향의 추억을 심고 싶었으리라. 삶이 팍팍한 날에 어머니 모시적삼처럼 하얀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눅이고 싶어서….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2005-06-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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