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여담] 올빼미족의 즐거움/이순녀 문화부 기자
수정 2005-04-09 00:00
입력 2005-04-09 00:00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과 시간적 여유가 빠듯한 관광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의 차원과 더불어 문화상품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비즈니스적인 안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외국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숨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이다. 하지만 몇달씩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길이 아닌 바에야 항상 시간에 쫓겨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럴 때 운좋게 야간 개관중인 박물관·미술관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수·금 오후 9시30분), 영국 대영박물관(목∼토 오후 11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금·토 오후 9시)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은 일주일중 적어도 하루 이상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시민들의 문화 욕구에 호응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을까. 아마도 해 떨어지기 무섭게 닫힌 육중한 건물앞에서 씁쓸하게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서울 시민들도 주말에 큰맘 먹고 나서지 않는 이상 각종 문화행사를 폭넓게 누리기는 쉽지 않다.
오후 6∼7시로 고정된 문화시설 폐관 시간. 우리의 일상에 뿌리깊이 박힌 이 고정관념을 깨는 반가운 소식들이 최근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세종문화회관, 역사박물관, 시립미술관 등 시가 운영하는 각종 문화시설의 개관 시간을 연장했고, 까다로운 관람 제한으로 원성을 산 삼성미술관 리움도 지난 7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오후 9시까지 무예약제로 야간 개관을 실시하고 있다. 늦게라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얼마전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밤늦게 잠을 청하는 올빼미족 3위에 올랐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자정 이후에 자는 사람이 68%에 달했다.‘음주가무’이외에 건전한 ‘밤문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마인드가 절실한 까닭이다.
이순녀 문화부 기자 coral@seoul.co.kr
2005-04-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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