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애기담살이/심재억 문화부 차장
수정 2005-03-30 00:00
입력 2005-03-30 00:00
그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 어머니는 덕심이를 앉혀 놓고는 까치집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참빗으로 빗어내리셨다.“얻어 먹지도 못하면서 이런 것들한테 다 뜯긴다.”며 방바닥에 떨어진 까만 가랑니를 쓸어모았고, 고개를 꺾은 덕심이는 집 떠난 게 서러웠는지 뚝뚝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 네 해인가를 살다가 새경으로 떼 준 쌀 몇 섬 챙겨 서울로 갔다. 어찌어찌 공장에 취직해, 일도 잘하고 착해서 다들 좋아라 한다는 전언에 어머니도 미뻐해 하셨던 덕심이.
한 해, 삭정이에 훈풍이 도는 봄날. 혼례를 앞둔 덕심이가 능금 바구니에 됫병 정종을 챙겨들고 찾아와서는 훌쩍 자란 동생의 볼을 만지며 눈물을 훔치고, 그런 덕심이의 얼굴에서 또 다른 혈육을 봤다. 계약이 능사인 요새는 눈을 씻어도 볼 수 없는 가난했던 시절의 가슴 시린 풍경 속, 그 덕심이가 다시 보고 싶은 날.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5-03-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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