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평화의 섬 돼야 할 독도/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
수정 2005-03-26 10:29
입력 2005-03-26 00:00
얼마 전에 4학년이 된 아이의 학교에서 독도에 관한 수업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용감하게도 독도가 동도와 서도로 이루어져 있으니 일본과 한국이 하나씩 나눠가지면 서로 싸우지도 않고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던데, 그렇다고 아이가 다른 아이들로부터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진리’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따돌림을 당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나는 현재 일본에 대한 감정과잉 상태의 우리 사회가 이러한 아이들의 태도에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아이들은 아무도 살지 못하는 작은 돌섬 독도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으르렁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래 전 역사기록에 우리 땅이라고 나와 있고, 그 주위에 풍부한 어장이 있고, 바다 속에는 천연자원이 잔뜩 들어있다고 설명해도 어른들이 보여주는 행동이 납득이 안 갈지 모른다. 입으로는 어른들을 따라서 “독도는 우리땅”을 외우더라도, 속으로는 그동안 배운 대로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이 과거를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도를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감정의 과잉상태가 되어 너나없이 나서서 일본을 맹렬하게 비난하고, 일장기까지 불태운다고 일본이 반성의 길로 들어설까? 오히려 감정적 반응을 부추김으로써 반성을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정부가 독도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뻔뻔스러운 말을 할 때마다 정부에서는 얼버무리고 언론과 국민은 분노를 격렬하게 터뜨리고 지나가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냉정한 자세로 꾸준하게 비판할 것을 비판하고 정확하게 반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을 반성의 길로 가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냉정함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는 감정을 좀더 억제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적절한 것이었다. 국가의 대표가 냉철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일반시민은 평상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냉정한 대응을 속으로 지지하면서 한쪽에서는 차분하게 ‘숙명적인’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려면 자신감에 바탕을 둔 용서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독도를 절대 건드리지마.”를 넘어서 함께 나누며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고 하는 너그러운 마음도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자신감을 가질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이라크 전쟁이나 북한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보면 정신적으로는 일본보다 더 성숙한 것 같다.
평화로운 한·일관계, 평화로운 동아시아는 냉철함과 넓은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추구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동북아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의 동북아 중심국가에도 자연스럽게 도달할 것이다.
이필렬 방송통신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
2005-03-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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