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반석 위에 지은 집/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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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21 00:00
입력 2005-03-21 00:00
기업이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은 반석 위에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다. 어떤 일류 기업의 경영 시스템도 뿌리 없이 갑자기 만들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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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요즘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경영혁신 기법이나 낯선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새로 소개되는 경영기법은 과거의 경영기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2차 대전 후 미국에서 개발된 통계적 관리기법(QC:Quality control)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TQM(Total Quality Management) 운동으로 정착됐다. 이는 다시 JIT(Just In Time),6시그마,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등으로 진화돼 오늘날의 기업 현장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특유의 생산 시스템인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를 창조해 냈다.TPS는 JIT와 자동화 시스템이 핵심이다.JIT는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운동이다. 자동화 시스템이란 조립 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생산라인 전체를 세우고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도요타의 생산성을 벤치마킹하는 다른 기업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요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이 그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경영학자가 만든 ‘QC’를 미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도요타가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경영이론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GE는 90년대 이후 속도경쟁 시대의 전략으로 CAP(Change Acceleration Process)와 품질경영 운동인 6시그마를 창조해 냈다. 특히 6시그마는 미국에서 태동한 QC의 발전된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회사 조직을 지구상에서 가장 비관료적이고 장벽이 없는 조직으로 재구축하기 위해 ‘Work-out Town Meeting’을 시작했다. 이는 조직내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조직원들이 참여해 공통의 문제를 토론,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함께 실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열린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GE는 기업 전체를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참가하는 비관료적이고 벽이 없는 조직으로 재구축함으로써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70년대 들어서부터 새로운 경영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TQC(Total Quality Control)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 초기에는 품질 향상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공공기관에서 실시하는 행사용 전시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유행만을 좇았기 때문이다. 즉 먼저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바탕 위에 다양한 경영기법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와서는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겪어 왔던 시행착오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그 바탕 위에 자기 체질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개발해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정부는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이다. 팀제 및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GE의 ‘Work-out Town Meeting’식의 자율적 소모임도 활성화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겪어 왔던 시행착오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옥 금호폴리켐 사장
2005-03-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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