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영변 공습계획/이목희 논설위원
수정 2005-03-07 00:00
입력 2005-03-07 00:00
김정일은 핵무기라도 가져서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결의를 곳곳에서 비친다. 경제보상을 노린 협상용으로 치부해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듯싶다. 북한이 끝내 핵무장을 추구한다면 해법은 두가지뿐이다. 첫째, 무력사용 혹은 견디기 힘든 제재로 목줄을 죄는 것이다. 둘째, 핵무기로 얻는 것 이상의 체제보장을 해주는 방안이다.
애슈턴 카터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영변 핵시설 공격이 이뤄졌다면, 어떠한 방사능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교수는 1990년대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다.94년 영변 핵시설 공습계획을 지휘한 인물이다. 북폭은 김영삼 정부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모의실험 결과 B-2스텔스기와 B-52폭격기를 동원한 영변 공습은 1∼2일안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습후 90일안에 한반도 전면전으로 한국군 49만명, 미군 5만 2000명과 수백만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예상되기도 했다. 휴전선 주위의 인구밀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전쟁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카터 교수는 “많은 미국민들은 한국에서의 전쟁이 이라크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 역시 ‘제한북폭론’의 유혹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에는 제한전이지만, 한국으로선 전면전이 된다는 점이 북핵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로 인해 한국 정부의 북핵 정책은 사실상 ‘관리’ 수준이다. 전쟁방지에 신경쓰다 보니 북한이 이미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 핵을 폐기할 정도의 체제보상안을 미국이 내놓게 설득할 여력이 없다. 북한 핵무기를 조잡한 수준에서 머물도록 관리하는, 고육책을 이어가는 처지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핵전쟁 위기, 일본·타이완의 핵무장 등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된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 미국의 ‘화끈한 당근’이 필요하다. 북·미수교, 불가침 서면약속 등 북한 체제와 관련된 획기적 대북 제안을 미국측과 만들어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3-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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