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모란장 음식/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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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24 08:21
입력 2005-02-24 00:00
서울에서 자랐지만, 동네 장터에 대한 향수가 있다. 중학교 입학 전까지는 어머니의 장보기에 잘 따라다닌 편이다. 시장엔 먹을 게 많았다. 특히 어머니가 사주신 인절미, 카스테라, 엿 맛은 아직도 입안에 남아 있다. 백화점, 대형할인점 시식코너에서 옛 느낌을 가져보려 했으나 되질 않았다.

성남 모란장이 명소로 뜬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전통 먹을거리도 풍성하다고 했다. 닷새마다 열리니 휴무일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두달여를 별러서야 갈 수 있었다. 맛난 음식을 기대하며 늦은 오후까지 점심을 미루었다. 배가 고파 마음이 급했는데, 주차장에서 난데없이 “개나 염소를 보러 왔느냐.”는 질문이 날아왔다.‘엽기 음식’이 기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 보신탕, 돼지껍질구이, 참새구이를 빼고도 먹음직한 음식이 있었다. 우선 먹은 손칼국수가 별로여서 만둣국을 또 시켰다.“분위기에 만족해야지….” 간이음식점을 나와 인절미와 엿을 맛봤다. 조금 낫긴 했으나 2시간을 달려간 보람은 거기서도 찾을 수 없었다.30∼40년전과 시장 음식은 같은데 내가 변한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2-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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