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인의 사생활/이기동 논설위원
수정 2005-02-19 00:00
입력 2005-02-19 00:00
권위지 르몽드는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라는 제목으로 파리마치의 보도를 비판했다. 르피가로는 한발 더 나아가 ‘하수구 저널리즘’이라고 혹평했다. 당시 엘리제궁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사진 공개 의사를 미리 타진해 온 파리마치측에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진이 실렸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파리마치의 비윤리적인 보도태도를 부각시겼다.
프랑스 언론은 공인의 사생활은 그것이 공인이 맡은 업무에 지장을 줄 경우에만 보도한다는 보도윤리를 갖고 있다. 황색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판을 치는 영국 언론에 대한 우월의식의 일단이기도 하다. 정치인의 배꼽 아래 일에 관대하다는 일본에서 언론의 정치인 보도태도는 프랑스와 유사하다. 야마자키 다쿠 전 자민당 간사장, 우노 소스케 전 총리 등이 여자 문제가 보도돼 물러났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뉴스전문 채널 YTN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40대 여교수의 호텔 회동 보도를 놓고 공인의 사생활 침해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보도는 두 사람이 든 객실 앞 현장화면과 함께 “두 사람이 이 호텔에 여러 시간 머물다 한 남자에게 발각돼 소동이 벌어졌고…정 의원이 공인으로서의 품위를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등의 멘트를 내보냈다. 시청자들에게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 현장임을 시사하는 보도였던 셈이다.
공인의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알 권리 충돌은 물론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정 의원이 공인으로서 법질서 위반행위를 했다면, 유권자인 국민은 이를 알 권리가 있다. 언론도 이를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YTN 보도에는 정 의원의 범법행위를 보여주는 취재내용이 없었다. 무고임이 판명날 경우 정 의원은 물론 나아가 공인도 아닌 상대 여인이 입을 명예훼손은 또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신문 등 다른 매체들이 후속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문제제기를 해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2005-02-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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