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수직의 나무/이기철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5-02-19 08:39
입력 2005-02-19 00:00
이미지 확대
엄윤영 ‘공존’
엄윤영 ‘공존’ 엄윤영 ‘공존’
나무들이 서 있는 수직의 문장 사이로 잘 조련된 바람이 지나간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생목(生木)들의 화첩

항상 높은 데 있는 구름의 제국은 쉽게 무너진다.

단순한 생각을 뭉치며 물 흘러가고

검은 바위를 열어젖히고 들풀이 돋는다

짐승의 발과 내 공상은 늘 고전적이다

그러나 나무는 현재에 살고 있다.

햇빛의 죽비 소리에 바위는 잠 깬다

들풀의 온기로 바위는 피가 돈다

모든 의문의 문을 밀고 사람들이 문밖으로 걸어 나오고

확신을 가진 계절은 제 가슴에 꽃을 피워 들고 들판을 건너간다

단순한 기쁨에도 즐거워지는 나무

그래서 나무는 잠마저 수직이다
2005-02-19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