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중국을 활용하는 법/강승호 인천발전연구원 한중교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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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1-15 00:00
입력 2005-01-15 00:00
최근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의하면 한국기업의 대중 투자액이 작년 1·4분기 이후 조세회피처인 홍콩과 버진아일랜드를 제하고 1위에 랭크되었다. 우리의 대중 수출도 2년 연속 연 증가율이 40%를 넘어, 이미 재작년이후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 수출대상국이 된 중국에 대한 비중은 19.6%에 이른다.

최근 내수 부진을 겪으면서 그나마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우리에게 중국시장의 중요도는 매우 크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이웃인 중국시장이 성숙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대중 수출품의 주종은 최종재보다는 원자재·중간재가 80%를 점하고 있다. 우리의 대중 무역흑자는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재 내수시장 덕분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일부에서는 직접투자의 수출유발 효과를 들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진출기업들이 현지에서 부족한 설비·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해가기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특수라는 것이다. 곧 진출기업들의 부품조달 현지화가 이루어지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직접투자의 긍정적인 면인 수출유발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공동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의 대중수출이 늘어난 이유는 우리기업의 진출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교역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11월에 이미 연간 교역규모 1조달러를 돌파하였다. 이는 2001년 5000억달러 돌파 후 3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급성장이다.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도 지난 10월말 누계기준으로 계약금액 1조달러를 넘어 교역과 투자가 모두 1조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중국은 4월말부터 본격화된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교역과 외자유치 실적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중국의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이 전체 교역의 60%를 담당하면서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확대시키고 있다. 진출 다국적 기업과 중국의 일부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중국 밖의 선진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질 좋은 제품을 생산·수출하기 위해 질좋은 중간 투입재 수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생산재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WTO가입 4년차가 되면서 관세율도 더욱 낮아져, 부품소재 관련기업들의 진출유인도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수입수요는 확대될 것이다. 화둥지역 등 소득수준이 높아지는 중국의 소비재 내수시장 외에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한동안 지속적으로 생산재 내수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특히 향후 중국 동북 3성의 성장은 생산재 내수 확대기회를 연장시킬 것이 기대된다.

중국의 성장에 따른 편승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극소화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과의 인류·물류(人流·物流) 편의 확대, 중국어 인력의 양성,LA·뉴욕의 한인타운처럼 중국 내 한국인 영주거점 마련 등이 필요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급속한 대중 진출에 대해 제조업 공동화 위협이라 보기보다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공동화 극복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대중투자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국내 산업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하고, 대중투자를 무역흑자 기조를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우리의 산업구조화에 매우 유리한 기회다.

중국의 생산기지가 다국적기업의 투자로 인해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발전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경쟁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이웃의 존재는 약간은 위협적이긴 하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마치 옆집 새차가 우리집 헌차를 더욱 낡아 보이게 해 우리 가족의 기분이 상하게 되면 우리도 좋은 차를 마련할 수 있도록 더욱 결의를 다지게 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정책적으로 본다면 연해지역 대도시의 급성장을 인식한 결과 우리도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도 그 예라 할 것이다.

강승호 인천발전연구원 한중교류센터장
2005-01-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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