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허울좋은 전방위 직위공모제/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수정 2005-01-13 07:25
입력 2005-01-13 00:00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인 데다 별정직과 개방형·부처간 교류직위를 제외하고 모든 직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철밥통으로 여겨지던 공직사회의 철옹성이 이젠 무너질 것이란 섣부른 관측까지 나왔다. 여기에 복지부도 가세했다.“열심히 일하고 능력있는 공무원을 발탁하겠다.”는 김근태 장관의 인사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며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직위공모제 결과는 실망 그 자체다. 한마디로 과거 인사관행과 별반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복지부는 소속기관을 포함한 서기관급 이상 102명을 대상으로 직위공모를 하겠다면서 원하는 직위와 당위성 등의 내용을 담은 직무수행 계획서를 전원 제출하라고 명했다. 그러면서 정보화담당관, 여성정책담당관, 사회복지총괄과장, 의약품정책과장, 식품정책과장, 암관리과장, 구강정책과장은 직위공모에서 제외된다고 못박았다.
이들 직위는 지난해 9월 직위공모를 통해 이미 발령을 낸 터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뒤집었다. 구강정책과장과 의약품정책과장을 새로운 사람으로 바꿔버렸다. 직위공모를 통해 발령을 낸 지 4개월 만이다.
12일에도 청사주변에선 “직위공모 때문에 직무수행 계획서를 작성하고 경쟁자가 누구인지 등을 파악하느라 눈꼬리만 처졌다. 허울좋은 제도에 불과하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이런데도 복지부의 직위공모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까. 김 장관이 ‘실세장관’으로 꼽히기에 이번 인사를 보는 시선들이 더욱 곱지 않은 것 같다.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jsr@seoul.co.kr
2005-01-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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