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구촌 의미 일깨운 재앙/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수정 2005-01-12 00:00
입력 2005-01-12 00:00
우리 국민에게도 이 재앙은 우리를 성숙한 세계인으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우리’의 영역을 인류로 확장시켰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은 바로 세계인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도,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했어도, 죽은 아이의 손을 붙들고 통곡하는 스리랑카의 어머니를 보며 함께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바로 세계인이다. 내가 받은 세뱃돈으로 10명의 인도네시아 어린이에게 깨끗한 물을 주려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존경받는 세계속의 한국을 만든다.
세계 13위의 무역 대국, 가장 큰 PDP를 만들 수 있는 대단한 나라라는 부러움이 커갈수록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것은 지구촌 인류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다. 이번 대재앙에서 우리는 세계를 껴안을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인 나눔의 물결이 제대로 열매를 맺기 위해선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 우선 첫째는 각국 정부가 약속한 지원이 이행되도록 세계의 언론과 시민이 함께 지켜봐야 한다.
2003년 12월26일 일어난 이란 밤시의 대지진 이후 각국 정부는 1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실제 지원된 금액은 200만달러도 안 됐다.
둘째는 국제적인 긴급구호 시스템의 구축이다. 지난 6일,19개국 정상급 대표와 7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함께한 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있었다. 이 회의 결과 이번 대재앙에서는 유엔이 구호활동을 주도하게 되었지만,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들의 역할 분담과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하는 효율적인 긴급구호 시스템 구축은 난제로 남아있다. 유엔이 종합 통제센터 등을 통한 구호체계의 틀을 갖추고,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면, 각국 정부는 유엔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수송과 복구 등 보다 넓은 차원에서 구호활동을 실행하고,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월드비전과 같은 국제 NGO들은 신속하고, 긴급하게 피해지역 주민들과 직접 대면해서 구석구석 구호·개발활동이 미칠 수 있게 해야 한다.
월드비전은 피해지역이 완전히 복구되기까지는 3∼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현재 3700명의 구호요원과 5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식량, 식수, 의료지원을 하고 있으며, 긴급구호 대응 이후 지역사회 재건과 경제회복 등 총 4단계 계획을 가지고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자금에 있어서도 장기적으로는 1억달러 이상의 복구비가 필요할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재난의 회복이 1∼2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의 남은 숙제는 명백해진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나눔의 물결이 피해지역에 고루 미치고, 완전한 복구가 가능해질 때까지 우리의 관심이 지속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
2005-01-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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