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을지로 벤처(속)/김영만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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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2-22 07:23
입력 2004-12-22 00:00
김밥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닷새 아침동안 서있었던 을지로 입구 지하철역에서 시청광장역 방향 가는 지하도 계단은 비어 있다. 자리를 옮겼나 해서 광장밑 지하도까지 훑어도 마찬가지. 오늘 아침엔 김밥 한줄 사면서 장사가 어떤지 물어보려던 어쭙잖은 계획도 물거품이다. 코트 바깥주머니에 넣었던 천원짜리 지폐들만 만지작거리는 아쉬움이라니.

장사 안되리라던 내 방정이 언짢다.‘입살이 보살’이라고, 뭔가라도 해본다고 나선 청년에게 “그런 곳에서 장사가 될 리가 없어.”했던 내 마음속 판단이 그에게 옮아 상처만 하나 더 남겼으면 어쩌나.



사무실을 들어서는데 어제의 글을 본 동료가 “김밥 사셨어요.”하고 묻는다.“없어요.”하고 심드렁해했더니 “아뇨. 제가 올 때는 있습디다.”한다. 그랬나. 동료가 지하철서 내린 시간이 20분쯤 빨랐다니까 경험칙으론 청년이 김밥과 샌드위치를 다 팔아 장사를 마쳤기 때문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세상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신문사 논설실장보다 백수청년의 생각과 행동이 더 크다. 정말 김밥을 모두 팔아서 없었던 것인지 그래도 내일 다시 물어볼 참이다.

김영만 논설실장 youngman@seoul.co.kr
2004-1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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