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을지로 벤처/김영만 논설실장
수정 2004-12-21 07:21
입력 2004-12-21 00:00
착해 보여 더 어수룩하다. 청년이 그 자리에 나타난 게 닷새쯤 됐다. 암만 생각해도 장사가 될 자리는 아닐 성싶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곳 한가운데 자리잡아 사고 싶어도 어지간해서는 김밥 달라고 할 형편이 못된다. 게다가 지하도만 벗어나면 널려 있는 게 아침 거른 직장인을 위한 샌드위치 포장마차들이다. 김밥, 샌드위치를 외치는 소리품새도 영 아니다. 하나도 안 팔리면 다음날은 안 나오겠지 했는데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월요일 아침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의외다.
백번쯤 취직시험에 낙방하고 저렇게 나왔을까 하는 것은 지레짐작이고. 재료값은 나오니까 오늘도 나왔으리라 믿고 싶지만 여전히 자신은 없다. 듣기 좋으라고 쓴 ‘벤처 성공담’따라하느라 재료값만 날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김밥이라도 한줄 사면서 물어볼 생각이다.
김영만 논설실장 youngman@seoul.co.kr
2004-1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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