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겨울 금강산 온천/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4-11-30 08:00
입력 2004-11-30 00:00
노천탕에 나서면 뜨겁게 덥혀진 살갗에 맑고 차가운 대기가 부딪치는 느낌이 상큼하다. 살랑 바람이라도 일라치면 창터 솔밭을 휘돌아온 공기가 미인송 소나무숲 향기까지 묻혀오는 듯하다. 게다가 눈앞에 잡힐 듯 펼쳐진 금강산 일만이천봉 자락들이란. 두번의 금강산행이 모두 겨울철이라서 좀 불만인 듯 말했던 내게 천선대에서 만난 북측 환경관리원은 이렇게 대꾸했었다.“여름, 가을 금강산이 옷을 입고 있다면 겨울 금강산은 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요. 겨울은 금강산을 속속들이 볼 수 있어 더 좋답니다.”
그렇다면 겨울 금강산 노천탕은 북의 금강산과 남의 관광객이 맨몸으로 만나는 곳이 아닌가. 그 사이를 무엇이 그리 단단히 가로막고 있다는 것일까. 남과 북이 온천수처럼 따뜻이, 솔바람처럼 거리낌 없이 재회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겨울 금강산온천이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4-11-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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