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性의식의 바람직한 변화/허남주 we팀장
수정 2004-11-12 08:06
입력 2004-11-12 00:00
최근 들어 부쩍 이런 질문에 부딪힌다. 주변에 지성인을 자처하는 남성들은 물론 라디오를 통해 단식농성을 하는 성매매 여성들 소식을 듣던 택시기사도 뒷자리를 힐끔거리며 묻는다.
이런 질문 앞에선 참으로 무력해진다.“일단 줄일 수는 있겠지요.”라고 짧게 답하는 게 고작이다. 입 속을 맴도는 말을 꿀꺽 삼켜버리는 것은 덧없는 말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역사적으로 본다면 절도도 만만치 않은데….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면 법도 만들어선 안되나? 폭행·살인도 법은 있지만 근절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성매매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의식차이는 말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 같다.
남성은 성(性)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며, 그들을 위해 ‘하수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을 들으면 어느덧 논리는 달아나고, 화만 남는다.
여성이라고 무조건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성매매 여성은 대부분은 인신매매 당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직업을 버릴 자유가 없으면 그 역시 인신매매라는 이론은 성매매 여성들을 직접 만나면 무력해진다.
경력 5년이란 성매매 여성은 말했다.“남편이 빚 지고 세상 떠난 후 두 아이와 길에 나앉았을 때 내게 돈 빌려준 사람은 없었다. 우리 세 가족이 죽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업주’의 돈으로 방을 얻고, 애들을 가르쳤다. 나는 그 고마운 사람의 돈을 절대로 떼먹지 않을 것이다. 법이 뭐라든 난 갚을 것이다.”
가출 후 곳곳을 전전하다 성매매까지 하다가 빚이 무효라는 것을 알고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는 25살 여성의 생각은 또 다르다.“두렵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결국 나를 찾아낼 것이다. 법이 더 강력해지면 모를까, 아직 무섭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성매매에 관해 모르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전국의 숙박업소가 은행권에서 대출받은 4조원이 넘는 돈은 숙박업소 도산으로 고스란히 은행권의 부담으로 돌아가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입힐 것이라 한다.
결국 성매매특별법의 피해자 중 하나가 은행이고, 우리 경제라 한다. 물론 숙박업의 경영난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는 지난 5월 재정경제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실태조사’에서 밝혀졌다.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의를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최근 “남성의 성도 충동적이지만은 않다. 스스로 조절해야 하며, 조절하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한 남성이다.”고 말하는 남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엄살 떨지만 여전히 마초이즘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남성의 등장은 기쁘기 그지없다.
그 중 가장 반가운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오염된 성 의식이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뚜렷한 결과는 없어도 어두운 지하에 있던 ‘관습’이 밝은 광장으로 나왔다고는 그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 셈이다. 성매매에 관한 논의를 하기 시작한 것, 작은 변화지만 그것만으로도 의식이 점차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허남주 we팀장 hhj@seoul.co.kr
2004-11-1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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