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한철 메뚜기/심재억 문화부 차장
수정 2004-10-25 00:00
입력 2004-10-25 00:00
소싯적, 이 무렵이면 메뚜기 잡느라 해가 짧았습니다. 소먹이러 나가 들 가운데 서 있자면 참 무료합니다. 그러면 논두렁의 피 목을 꿰미 삼아 메뚜기를 잡아 꿰곤 했습니다. 이 무렵 메뚜기는 살도 통통할 뿐 아니라 뱃골이 불룩하게 알을 배 손에 잡히는 맛도 다릅니다. 그거 한 꿰미면 해거름 입가심으로는 그만이었습니다. 마른 솔잎을 긁어 지핀 불에 메뚜기를 바삭하게 구워 먹는데, 황당해할 일은 아닙니다. 맥줏집 술안주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그 메뚜기니까요. 하지만 지금 저더러 그 메뚜기를 먹으라면 사양하겠습니다. 먹을거리에 농약을 설핏 버무린 느낌 때문입니다. 이렇듯 예전의 경험과 단절돼 산다는 것은 확실히 우울한 상실입니다. 잊고 사는 것뿐 아니라 모르는 새 잃어버린 것도 참 많은 세상입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2004-10-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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