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편 지/손성진 논설위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4-08-25 00:00
입력 2004-08-25 00:00
두근반 세근반….연애편지를 받아 뜯어볼 때의 그 가슴 떨림.새하얀 편지지에 정성들여 쓴 예쁜 글씨에선 만나 대화하는 것보다 더 깊은 정이 느껴진다.대학 시절,부모님께도 자주 편지를 썼었다.편지에 담긴 아들의 기억을 버리고 싶지 않으셨을까.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아직도 그때 보낸 편지들을 보관하고 계신 것을 보았다.

전자우편이나 문자메시지에 어찌 편지같은 사랑을 담을 수 있을까.기계적이고 사무적인 냄새만 날 뿐.그래도 사람들은 클릭 한번이면 전류보다 빠르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졌다.컴퓨터 자판에 펜이 밀려났듯 편지는 잊혀진 존재가 됐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마(靑馬) 유치환은 통영우체국 창가에서 길 건너 2층집에 사는 평생의 연인 정운(丁芸) 이영도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20년 동안 매일 같이.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었다.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싶다.청마처럼.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고.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04-08-25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