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미국대사/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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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16 00:00
입력 2004-08-16 00:00
1980년대 중반 올챙이 기자 시절 외무부(현 외교부)를 출입했다.당시 취재에 있어 ‘미국 손님’이 큰 스트레스였다.전두환 정권의 인권문제가 이슈였는데,미국에서 하급 관리만 와도 공항에 나가 취재경쟁을 벌여야 했다.한마디라도 들으려는 기자들과,빼돌리려는 관리들간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1986년 제임스 릴리가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미 CIA간부를 지낸 정보통이어서 세간의 관심은 더했다.역시 취재를 위해 공항에 나갔으나 먼 발치에서 얼굴만 봤을 뿐이다.“이거,완전히 총독 부임이잖아.” 기자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릴리 전 대사는 최근 “87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민주화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도록 막았다.”고 밝혔다.면담일정을 안잡으려는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호통을 쳐서 대통령과 90분간 만났다는 것이다.한국의 민주화를 도왔다는 명분은 있지만,내정간섭이 분명했다.릴리 전 대사 이전 미국대사의 위세는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릴리 전 대사 시절 주한미대사관 경제담당 일등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크리스토퍼 힐이 새 미국대사로 부임했다.지난 12일 입국한 힐 대사는 16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한다.그는 입국성명에서 “80년대에 근무한 경험만을 기반으로 (대사역할을)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막내딸 클라라가 한국에서 태어난 점을 강조하면서 친근감을 주려 노력했다.

90년대 이후 한·미 관계가 변하고 있고,주한미국대사의 위상도 많이 바뀌었다.힐 대사가 아무리 ‘군림’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그렇다고 힐 대사의 역할이 80년대 이전보다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한국 정부나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지만,한반도 안보정세 변화와 한국민의 대미 인식에 있어 미국대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전환시대를 맞아 한국의 정확한 민심을 워싱턴에 전해 미국 정부가 바른 정책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미국내 신보수주의자의 강경한 목소리에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힐 대사는 전직 주한미국대사 상당수가 ‘코리아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만들어 한국 관련 활동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4-08-1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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