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건망증/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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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13 07:40
입력 2004-08-13 00:00
어떤 사람이 출근하려고 통근버스에 올라 탔는데 먼저 타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그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이유인즉 위는 양복인데 아랫도리는 잠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잠옷을 양복으로 갈아입다 윗도리만 바꿔 입고 넥타이를 매고는 유유히 출근길에 나섰다는 것이다.믿기지 않는 건망증에 관한 실제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안경을 벗어야 신문 활자가 잘 보이게 되었듯 요즘 ‘순간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 같다.샤워를 하기전에 시계를 어디에 풀어놓았는지 한참 동안 찾기 일쑤고 엊그제 본 비디오의 줄거리가 가물가물한다.며칠전 아내도 아침에 일어나더니 자기 전에 벗어놓은 안경을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고 다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깜빡했다.’어쩌면 애교로 넘길 수 있는 말이다.거금이 든 가방을 택시에 놓고 내리는 것 같은 실수만 아니라면.누가 그랬다.나이가 들수록 최근 기억은 쉬 사라지고 오래전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고.정말 삼,사십년전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영화 장면처럼 선명하다.그래서 마음이 놓인다.애틋한 옛 추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서글픈 일은 없을 터이니.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04-08-13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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