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본프레레에게 시간을 주자/오병남 체육부장
수정 2004-07-02 00:00
입력 2004-07-02 00:00
격론의 메인 스트림은 본프레레에게 아직은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그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진 불만과 비판의 핵심은 그가 ‘트러블 메이커’일 뿐이며 최근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이 없고,축구협회가 시간에 쫓겨 ‘내정가’에 맞는 감독을 졸속 영입했다는 것.“본프레레의 이력은 파면의 연속이다.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것이 유일한 업적이지만 그것도 사실은 전임 감독의 성과라는 지적이 있다.” “같은 네덜란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동격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이제 막 돛을 올린 ‘본프레레호’가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위’다.본프레레 감독은 과연 이 파고를 헤치고 한국축구를 수렁에서 건져올릴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의 싹이 보이기는 한다.그가 한국땅을 밟자마자 “자신감이 없었다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내 스타일은 선수와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라며 ‘3류 논쟁’을 일소에 부친 데 이어 지난달 29일 첫 훈련때부터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선수들을 강도높게 담금질하고 있기 때문이다.“모처럼만에 대표팀에 긴장감이 돈다.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팬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냥 미덥지만은 않아 중견 축구인들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 보았다.
“본프레레 감독에게 기대를 해도 좋은 것입니까.”망설임 끝에 내놓은 답변은 “일단 능력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
많은 팬들이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안컵대회를 본프레레 감독의 역량을 가늠해 보는 기회로 삼을 태세지만 너무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선임된 지 불과 한달만에 치르는 공식대회를 놓고,더구나 아테네올림픽대표팀에 상당수의 ‘젊은 피’가 차출된 상황에서 공과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최소한 그가 자기가 원하는 선수들을 뽑아,협회의 충분한 지원을 받은 상황에서 조련해 경기를 치른 뒤 평가를 내려야 하며 그때까지는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본프레레 감독도 움베르투 코엘류 전임 감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주문한다.늦어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2002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들을 대거 물갈이해 대표팀을 다이내믹하게 리모델링하고,이후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2002월드컵 이후 실종된 선수들의 승부근성을 되찾아 주는 것도 절실하다.본프레레 감독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주관이 뚜렷하고,“우리는 동네축구팀이 아니라 국가대표팀이다.이기려는 정신자세가 없는 선수는 질책 받아야 한다.”고 되풀이 강조한 대목은 그래서 더욱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고,구슬을 꿰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본프레레에게 시간을 주자.그만의 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하고 싶은 말일랑 좀 접어두고 지켜 보자.
한국축구는 이미 본프레레에게 ‘올인’한 셈이기 때문이다.본프레레 감독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오병남 체육부장 obnbkt@seoul.co.kr˝
2004-07-02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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