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건강권/우득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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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22 00:00
입력 2004-06-22 00:00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자 중 산재사고자는 사망자 2923명을 포함해 모두 9만 4924명이다.산재로 인한 손실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전체 임금노동자 1400여만명 가운데 20%인 280여만명이 주당 56시간이 넘는 초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앞으로 10일 후면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다지만 노동자 10명 중 9명에게는 남의 일이다.전태일 열사가 온몸을 불사르며 항거한 지 3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일부 책상물림 학자들이나 기업인들은 눈높이만 낮추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한다.30여만명에 이르는 합법·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를 국내 인력으로 대체하면 청년 실업률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수치상으로는 맞는 말이다.하지만 이들 ‘3D 업종’의 사업장은 작업 환경이 극히 열악하다.산재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작업장도 허다하다.이들 업체들은 정부의 작업환경개선지원금도 외면한다.지원금에 더 보태 쌈짓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최대한 굴리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대기업에서도 파견 하청노동자의 경우 사정은 별반 다를 바 없다.팔다리가 쑤시고 허리가 결려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최저 생활이라도 흉내내려면 악착같이 연장 근무를 해야 한다.그러다가 덜컥 병이라도 나면 치료는 개인 몫이다.대기업 정문 앞에 요란스럽게 나붙은 ‘무재해 ○○○일’은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과는 무관한 구호다.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비정규직 건강권 보장’이다.정규직들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좀 더 받고 좀 더 놀겠다며 파업하는데 아픈 몸이나마 추스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래도 다행이랄까.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건강권 보장을 올해 임단협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1년에 한번 종합검진을 회사 부담으로 받을 수 있게 하고 산재 교육 횟수를 연간 1회에서 2회로 늘리라는 요구다.회사측으로서는 추가 부담을 이유로 꺼리겠지만 산재가 초래할 비용을 감안한다면 마냥 손사래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4-06-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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