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백동전 한 닢/심재억 기자
수정 2004-06-01 00:00
입력 2004-06-01 00:00
성미 급한 ‘아이스께끼’장사들이 목을 가다듬으며 모여들 무렵,그 대목에서 문제가 생겼다.얕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동전이 등굣길에서 짓 내고 까부는 통에 어디론가 달아나버린 것이다.서둘러 살 두어바탕쯤 왔던 길 되짚어 가보지만 싸한 바람만 눈가를 스칠 뿐 동전은 흔적이 없다.눈앞이 하얘지며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그 낭패감이란.달리기에서 1등을 하고도 통 흥이 나질 않았다.
낮 무렵,계란말이 도시락을 싸오신 어머니 덕분에 사이다는 마실 수 있었지만,잠자리에서도 그 일이 잊혀지지 않았다.당시 5원으로 쳐주던 액면가 50환짜리 백동전 한 닢.요즘 애들 들으면 “5원 때문에? 거짓말.”할 일이다.이러다 우리 삶이 통째로 인플레되지나 않을는지.
심재억 기자 jeshim@seoul.co.kr˝
2004-06-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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