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詩/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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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5-25 00:00
입력 2004-05-25 00:00
20여년전 학창시절에 어떤 선배가 “내가 외우는 시는 이것뿐이야.”라며 들려준 시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였다.<내 그대를 생각함은/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배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사소한 일일 것이나>로 시작되는 시가 너무 좋아 중얼거리고 다녔었다.<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는 구절에 이르면 스스로 감정이 고조되곤 했다.

시를 알지도 못하면서 문학도랍시고 나도 시작(詩作)을 시도했었다.시를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지.몇번의 습작을 써 보고 느꼈던 그 실망감이란….시인은 천재라고 생각했다.그러다 시를 잊어버렸다.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후략)> 요사이 우연히 알게 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가 문득 시심(詩心)을 깨운다.되풀이해서 낭송해 본다.메마른 감정에 물을 적셔주는 시다.돌이켜보면 정말 삭막한 시간들을 보내온 것 같다.시집을 사서 읽은 기억이 까마득하니까.가끔 시 한편씩 소리내 읽는 여유를 찾아야겠다.

손성진 논설위원
2004-05-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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