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인스케이프/ 신연숙 논설위원
수정 2004-05-20 00:00
입력 2004-05-20 00:00
그의 그림엔 고향과 동심의 팬터지가 가득하다.애기똥풀·산수유가 흐드러진 마을,머릿수건을 두른 농촌 아낙과 장난기 어린 눈빛의 황소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그에겐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조차 순진무구한 동자(童子)로 그려진다.절묘한 발상이다.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자연으로 나간다고 한다.그러나 그가 그리는 소재들은 눈 앞에는 없다.마을사람이 그에게 물었더란다.선생님은 지금 뭘 그리시냐고.“저산을 넘어가면 구불구불 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계곡이 있죠?계곡을 내려가면 밭이 있고 논도 나오는데 그곳 농가엔 황소가 있지 않소?”“?…”
화가는 말했다.“사생을 나갈 때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랜드스케이프(landscape)지.난 내 맘 속에 보이는 인스케이프(inscape)를 그려요.”하긴 풍경뿐이겠는가.우리가 겉모습보다 그 속의 깊은 흉중을 헤아려야 할 것들이.화가의 창작관은 인생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4-05-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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