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後苑의 사회학/정인학 논설위원
수정 2004-04-22 00:00
입력 2004-04-22 00:00
중국의 정원은 신선설(神仙說)을 바탕에 깔고 있다.커다란 호수를 파고 물 가운데 산을 만들어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을 연출하려 애썼다.건조지대에서 문명을 일궜던 고대 이집트는 궁궐 가운데 거대한 연못을 만들고 나일강 물을 끌어들여 정원을 꾸몄다.로마 정원은 유럽형 정원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정원의 모델이 됐다.중앙의 분수를 비롯,건물 벽에 붙어있는 조각에서 물이 나오는 벽천(壁泉)에 인공폭포 그리고 곳곳을 화려한 대리석으로 장식한 게 특징이다.
한국의 정원은 세 단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삼국시대엔 중국의 신선설의 영향을 받았다.연못을 만들고 못 가운데 봉래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드는 식이었다.고려의 정원은 송나라의 영향으로 호화로웠다.연못가에 정자를 짓고 인공폭포도 만들었다.희귀한 정원수를 구해 심고 기암괴석으로 주변을 장식하는 식이었다고 한다.조선조 중엽에 이르면 우리 고유의 정원문화가 형상화된다.그러니까 25년 만에 다시 일반에 공개되는 옥류천 일대가 만들어질 무렵인 셈이다.
한국의 정원문화는 자연주의로 요약된다.사람을 자연의 일부로 보아 정원을 꾸미되 자연 본래의 모습을 고스란히 살려 나간다.정자 하나를 세우더라도 주변의 지형 조건과 하나 되어 동화되도록 배려해 인위적인 색채를 탈색시킨다고 한다.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이 바로 한국 정원문화의 완성이라는 것이다.비원은 다른 후원은 물론 사대부 집안 정원의 모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창덕궁 후원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한국적 자연주의의 구체화된 형상인 셈이다.가뜩이나 억지와 견강부회가 넘쳐나는 요즘이다.봄날이 가기 전에 서둘러 비원 한번 다녀올 일이다.˝
2004-04-2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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