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CEO와 참모/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수정 2004-04-12 00:00
입력 2004-04-12 00:00
새삼스럽게 사람 쓰는 일의 중요성을 거론하는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오는 결재서류에 사인하며 느끼는 중압감 때문이다.여기에는 내게도 제갈공명 같은 참모가 있어 결재 시간을 단축하고,나아가 오판의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한몫했다.CEO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CEO는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많은 일을 임원에게 맡기고 재량권을 준다고 해도 CEO가 고민해야 하는 몫은 항시 남아 있다.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건설 공사 수주를 앞두고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국내 공사와 달리 해외공사는 고려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공사는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리스크 헤징’ 수단도 다양하다.
이에 비해 해외공사는 수주에 앞서 해당 국가의 정치상황은 물론 5∼10년 후의 국제정세까지도 감안해야 한다.이뿐인가.중동지역 공사의 경우 국제 유가나 국내 유류 수급 전망까지 고려해야 한다.공사가 끝난 이후 생산되는 가스 등을 국내에 반입해야 하는 조건의 공사는 5∼10년 후 상황도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중압감을 느끼는 더 큰 이유는 10억∼20억달러짜리 공사를 하다가 행여 국제정세의 변동 등으로 잘못되면 기업의 손실이 고스란히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CEO의 판단에 보탬이 되는 각종 정보나 정세분석 능력을 갖춘 제갈공명과 같은 참모의 필요성을 느끼는 때가 바로 이런 경우다.
CEO의 최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참모의 비중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제갈공명과 같은 참모는 모든 CEO들이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이상적인 참모의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역사에 전해지는 이상적인 인물일 뿐이다.또 제갈공명은 참모라기보다는 그 자신이 CEO라고도 할 수 있다.
제갈공명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참모의 전형은 무엇일까.참모는 CEO가 올바른 상황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아울러 CEO 역시 참모의 의견과 조언을 충분히 검토,수렴해 최종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덕장(德將)이었지만 우유부단했던 유비형 CEO에게는 통찰력과 함께 마속(馬謖)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는 결단력까지 갖춘 참모가 필요할 터이고,카리스마와 결단력,추진력을 갖췄지만 독선적인 성향의 CEO라면 명석한 머리보다는 따뜻한 감성을 가진 화합형 참모가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완벽한 CEO도 없고,완전한 참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또 참모가 아무리 많고 똑똑해도 최종 결정은 CEO의 몫이다.
역사적으로 큰 궤적을 그린 인물들 곁에는 항상 출중한 참모가 있었다.그런 참모를 발굴하고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CEO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다시 한번 주위의 참모들을 돌아보게 된다.내 주변의 참모들은 어떤가.
나는 참모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는가.나는 참모의 직언과 쓴소리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었는가.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
2004-04-12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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