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狼 狽/오풍연 논설위원
수정 2004-03-20 00:00
입력 2004-03-20 00:00
지난 주말 제주엘 갔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날씨까지 활짝 개어 육지 손님을 맞이했다.해질 무렵 일행과 함께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집안끼리 자주 왕래하는 형님이 제주에 살고 있는데 때마침 전화가 걸려왔다.“서울에서 손님이 내려와 소주 한 잔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미리 연락을 안 드려 가슴이 철렁했지만 서울에 있는 양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웬걸.음식점에 도착해 보니 그 형님이 있지 않은가.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전화 통화를 한지 5분도 안돼 나타났으니,형님은 끝내 노여움을 풀지 않았다.형수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다.“삼촌,그것 보세요.” 낭패(狼狽)를 보면서도 교훈을 얻는 게 우리네의 일상생활인가 보다.
오풍연 논설위원˝
2004-03-2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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