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성적표/박정현 공공정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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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0 00:00
입력 2004-02-20 00:00
고등학생인 아이가 학교에서 치른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왔다.어디를 찾아봐도 반이나 학교에서 몇 등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A4 용지 두 장 크기의 커다란 성적표는 갖가지 숫자들로 채워진 난수표 같다.20∼30분을 이리저리 뒤져봐도 성적이 좋은지,나쁜지를 어림짐작만 할 뿐이고 난해하기 그지없다.

표준점수는 무엇이고,원점수는 무엇이란 말인가.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그것도 모르느냐.”면서 성적표 해설을 한다.표준 점수는 과목당 쉽고 어렵고를 헤아려 만든 성적이고,원점수는 과목당 백분율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서 만든 성적이란다.그러면서 “요즘 다른 집에서는 얼마나 신경을 쓰는데….”라던 한마디가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 성적표는 아이들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다.평소에 부모가 얼마나 아이에게 무심했는지를 나타내는 ‘성적표’가 돼버린 것 같다.대학입학 방식이 내신위주로 바뀐다는 소식에 서울 강남에 사는 학부모는 “그럼 강북으로 이사를 가야겠군.”이라고 한마디한다.아이들 대학 진학은 어느새 부모 몫이 돼버린 것 같다.

박정현 공공정책부 차장˝
2004-02-2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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