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첫사랑/이기동 논설위원
수정 2004-02-18 00:00
입력 2004-02-18 00:00
30년을 훌쩍 넘긴 세월.냉기가 가시지 않은 방에 한참을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 그때를 생각한다.“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소리…아,지금은 먼 옛날.하얀 달밤.밤꽃 내.개구리 소리….”시인 조병화의 ‘첫사랑’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이제는 함께 중년이 됐을 여인.
서울로 돌아온 날 밤.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 레터’를 비디오로 다시 본다.첫사랑 여학생에게 끝내 속마음을 감춘 채 사고로 세상을 뜬 주인공.뒤늦게나마 그가 남긴 사랑의 흔적들을 확인해가는 여학생.학교 도서대출카드 뒷면에 그가 남긴 소녀의 초상….사랑도 섹스도 돈으로 하는 세상.모두들 마음속 첫사랑의 추억을 한번이라도 되새긴다면 세상이 이렇듯 살벌하지는 않으련만.
이기동 논설위원˝
2004-02-1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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