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사모펀드로 한화 자산 사 주겠다”
수정 2009-01-09 00:22
입력 2009-01-09 00:00
●산은 “매각해 돈남으면 도로 줄 수도”
산은이 건넨 당근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자금을 내는데 부담을 느낀다면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어 한화그룹의 자산을 매입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매입한 자산을 되팔아 남는 수익은 한화에 돌려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8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을 돕고자 기관투자가와 함께 PEF를 조성해 한화그룹의 자산을 사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산은이 주도적으로 기관투자가 등으로 구성된 투자그룹을 만들어 한화 자산들을 사들이고, 한화는 이 대금을 받아 대우조선 인수 대금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민 행장은 또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한화가 싼값에 자산을 매각했다는 우려를 없애주기 위해 PEF가 3~5년 뒤 자산을 되팔아 남는 수익을 한화에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토안까지 수용된다면 파격적인 제안이다.
민 행장은 “한화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다.”면서 “제안을 받아들이면 한화는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자산매각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한화와 대우조선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산은은 이 제안이 ‘마지막 카드’라며 한화를 압박했다. 민 행장은 “한화가 수용하지 않으면 대우조선 인수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하고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몰취하는 등 매도인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수자금 분할납부 등 한화의 요구 사항은 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화 리조트 등은 매각 고려 안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받은 한화는 고민 중이다. 한화 측은 “7일부터 내부 협의 중”이라면서 “매수조건 등 산업은행의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매력적인 제안이 포함됐지만 한화의 고민은 여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한화 측이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모두 6조 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자금을 마련 하기에는 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화는 애초 인수자금을 보유한 현금 2조원, 은행차입과 재무투자로 2조원, 대한생명 지분 21%와 경기 시흥 군자매립지 매각 등 부동산과 지분매각을 통해 3조원 정도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한생명 주가가 내려가 계획이 어긋났다. 특히 은행들이 대규모 대출을 꺼리고 있고 경기침체로 다른 재무 투자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일부에선 ‘갤러리아백화점이나 한화리조트 등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한화는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알짜배기 계열사를 매각하면서까지 대우조선을 사들일 생각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 때문인지 한화관계자는 이날 “인수 자금 분할 납부 등은 이미 이사회에서 결의한 사안이므로 우리의 입장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시간은 산은 편이다. 산은이 실제 ‘매도인 권리행사’에 나선다면 한화는 고스란히 3000억원을 날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한화가 태도를 결정지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된다.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특혜시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영규 김효섭기자 whoami@seoul.co.kr
2009-0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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