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 설비’ 비중에 웃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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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기자
수정 2007-01-31 00:00
입력 2007-01-31 00:00
한때 잘 나가던 정유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내수 부진과 정제 마진 악화에 군납(軍納) 유류 담합 배상금까지 온갖 악재가 겹친 탓이다. 다음달 7일에는 국내 기름값 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철퇴’가 예고돼 있다.

그런데 좀더 안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악재속에서의 맷집 차이가 확연하다. 설비 투자가 명암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일찌감치 고도화 설비(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질낮은 벙커C유를 휘발유나 등유, 경유 등 고부가가치의 경질유로 전환시키는 시설)를 갖춘 에쓰오일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그러지 못한 현대오일뱅크 등은 죽을 맛이다.SK㈜,GS칼텍스 등 업계 1∼2위 업체들도 뒤늦게 설비투자 경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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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된 악재…확연히 다른 맷집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유회사들은 “폭리를 취한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8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국제유가의 파장이 시차를 두고 현실화되면서 정유회사들의 자난해 4·4분기(10∼12월) 실적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만 하더라도 석유사업에서 34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예 초상집 분위기다.

단순 정제 마진에 기대면서 손쉽게 장사를 해왔다가 국제유가가 꺾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벙커C유 수요가 줄어든 것도 이중으로 부담이 됐다. 그나마 SK㈜는 유전 등 개발사업 쪽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GS칼텍스 등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반면 에쓰오일은 1991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와 합작으로 2차례에 걸쳐 모두 18억달러(약 1조 7000억원)를 투자해 고도화 설비를 갖췄다. 고도화 설비 비중은 32.4%. 업계 최고다.SK는 업계 평균(22.2%, 국내 자체 집계 기준)에도 못 미치는 17.4%다.

에쓰오일이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땅위의 유전(油田)’이라 불리는 이 고도화 설비 덕분이었다. 경쟁업체들은 “질 낮은 사우디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설투자를 한 것이 운좋게 맞아떨어졌다.”고 폄하한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선견지명을 깎아내리려는 질시”라고 일축했다.

고도화 비율, 미국의 3분의 1

이유야 어찌됐든 설비투자에서 명암이 갈렸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뒤늦게 설비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SK는 올 상반기에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2차 공장을 준공한다. 초저유황 경유 제조시설(MDU)과 연산 4만t 규모의 부탄디올(BDO) 공장도 하반기에 잇따라 세운다.

GS칼텍스도 올해 중질유 분해시설과 방향족 설비 증설 등에 1조 6000억원을 쏟아붓는다. 가동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충남 보령에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에 질세라 에쓰오일은 충남 대산에 제2중질유 분해시설을 짓는다. 당초 계획보다 공장 부지(75만평)를 40만여평 더 늘렸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국내 업체들이 부지런히 고도화 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세계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7-01-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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