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행 ‘대출 금리’ 딜레마
수정 2006-09-21 00:00
입력 2006-09-21 00:00
●고정금리 상품 개발했지만 판매 실적 저조
이에 따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떨어져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고정금리 상품을 권하기 힘들게 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8%에 이르고, 금리도 고정금리형 상품보다 크게는 1%포인트 이상 싸다.
고정금리 형태를 띤 주택담보대출 개발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달 말 대출 기간 중 고객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맘대로 변경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 모기지론’을 출시했다.19일부터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고객이 정한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 상승이 제한되는 ‘금리상한 모기지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민은행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혼합상품인 ‘포유 장기대출’을 내놓았다. 거치기간 3년 동안은 고정금리가, 그 다음부터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데 거치기간을 5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곧 10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변동 주기가 1,3,5년 등으로 긴 혼합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고정금리형 상품은 변동금리형 상품보다 이자가 비싸다.
하나은행을 예로 들면 ‘셀프디자인 모기지론’ 중 10년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연 이자율이 최저 6.40%인 반면 일반적인 변동금리부 상품의 최저 이자율은 5.66%이다.‘금리상한 모기지론’도 만일 금리 상한선을 0.5%로 정한 뒤 3년간 대출을 받는다면 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손실을 옵션으로 헤지(회피)하는 비용을 고객이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율 높은 고정금리상품 권하기 힘들어
최근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이달부터 거래세가 인하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6조 2962억원으로 8월말 대비 8187억원이나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콜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금리 인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객들이 고정금리 상품에 관심을 가졌지만 금리가 다시 내려가면서 이제는 고정금리 상품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옵션 파생상품의 특징을 접목해 금리상한선을 둔 새 대출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장기 원리금분할상환 방식 정착돼야
한편 금융 전문가들은 “단순히 고정금리 상품을 늘린다고 가계신용의 위험성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집값이 오르기만 기대하고 무작정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뒤 이자만 갚아나가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환대출을 받는 악순환을 끊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저당채권(MBS)이 활성화돼 장기 원리금분할상환 방식이 정착돼야 하지만 규모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우량 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의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유동화 전문회사에 넘기기를 꺼리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6-09-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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