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소문난 ‘명품 봉’ 한국
수정 2004-09-21 07:27
입력 2004-09-21 00:00
“명품 백화점인 영국 헤롯백화점의 하계 세일기간에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국민은 한국과 일본인밖에 없어요.심지어 버버리 등의 명품을 싸게 사기 위해 공장까지 찾아가는 관광객은 한국인이 단연 최고입니다.한마디로 나라 망신이죠.”(H관광 박기형 과장)
“마이바흐 출시 3개월 만에 이미 13대의 예약을 받았습니다.내수 침체로 연간 10대 판매를 목표로 했는데 이 정도면 대성공입니다.”(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명품 첫 출시 장소로 한국을 선택하는 세계 명품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한국행’도 증가 추세다.그러나 합리적인 소비 수준을 벗어난 ‘명품 짝사랑’은 ‘한국 고객은 봉’이라는 인식만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 찾는 명품 봇물
전시컨벤션 기획사인 ‘유로스카이’는 오는 1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4 세계 명차 모터쇼’를 연다.아시아에서 명차 모터쇼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유로스카이측은 수송 절차에 따른 각종 비용과 보험료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들 차량의 대당 평균 가격은 30억원을 상회한다.
HBC코오롱은 최근 롤스로이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단 1대만 제작된 컨셉트카인 ‘롤스로이스 100EX 센터너리 익스페리멘털카’를 국내에 선보였다.한국시장 공개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다.또 HBC코오롱이 지난 7월 마이바흐와 명차 대결을 펼치기 위해 국내에 출시한 ‘뉴 롤스로이스 팬텀’은 두달 만에 예약분을 포함해 9대를 판매했다.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BMW와 함께 선두자리를 다투는 도요타코리아는 지난달 22일 렉서스 ‘뉴 ES330’을 세계 최초로 한국시장에서 출시했다.렉서스의 최대 시장인 미국보다 한달 앞서 출시된 것이다.
세계적 주류업체인 페르노리카는 최근 한 병에 1200만원인 ‘로얄살루트 50년산’을 전세계적으로 255병만 한정 출시하면서 한국법인에 가장 먼저 20병을 공급했다.
●명품 구매 부추기는 유통업계
국내 백화점들의 ‘명품 사랑’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명품관 개장은 물론 추석 대목을 맞아 명품 선물세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400만원 상당의 프랑스산 와인 세트를,현대백화점은 365만원짜리 와인 명품과 500만원대의 명품 위스키인 ‘매켈란 1946’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본점 매장 1층 식품관인 ‘델리존’에 헤롯백화점이 운영하는 헤롯라운지를 개장했을 뿐 아니라 서울 소공동 본점 옆 옛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명품관으로 꾸며 내년 상반기에 열 계획이다.갤러리아도 지난 1일 서울 압구정점 패션관을 명품관으로 재단장해 개장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04-09-21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