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용돈 200만원, 시댁엔 50만원”…불평한 남편에 ‘뭇매’ 쏟아진 이유 [불꽃육아]
이보희 기자
수정 2026-08-25 15:34
입력 2026-08-25 15:34
맞벌이 부부 육아 도운 장모에 200만원
남편 “형평성 어긋나” 불만 제기했다 여론 역풍
처가에 매달 200만원씩 용돈을 드리면서 자신의 부모님에게는 50만원만 드리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토로한 남편이 온라인상에서 뭇매를 맞았다. 맞벌이인 부부를 대신해 장모가 주 5일 두 돌 된 손주의 육아를 도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처가 용돈 200, 시댁에는 50. 이건 아니지 않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30대 후반 맞벌이 부부다. 이제 막 두 돌 지난 아이를 한 명 키우고 있다”며 “최근 양가 부모님 용돈 액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심각하게 다퉜는데,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글을 쓴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에 따르면 아내는 처가에 매달 200만원, 시댁에는 50만원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A씨는 “무려 4배 차이”라며 “제안을 듣자마자 같은 부모님인데 차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아내는 장모님께서 평일 내내 집에 오셔서 아이를 봐주고 계시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내는 장모님이 주 5일 아이를 봐주시는 노동 가치를 생각하면 200만원도 사실상 시세보다 훨씬 적게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며 “시부모님은 육아를 안 도와주시니 5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A씨는 장모에게 고마운 마음이 없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모님 고생하시는 것 잘 알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래서 장모님 오실 때 쓰시라고 생활비 카드도 따로 드렸다. 아이 관련 장 볼 때나 택시비, 식사비로 자유롭게 쓰시라고 드린 것인데 매달 여기서도 돈이 많이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모님이 집에 오셔서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해두시고,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 주신다”며 “죄송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저희가 요청한 적도 없고 극구 말렸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내는 이 집안일과 저녁 차려 주시는 것까지 포함해서 이 정도로 케어를 받는데 200만원도 안 주는 건 호로자식이라고까지 몰아세운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장모님 수고에 대해 보상해 드리는 것은 당연히 찬성한다”면서도 “하지만 ‘용돈’이라는 타이틀로 200만원과 50만원을 보내는 건 다른 문제 아니냐. 나중에 저희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얼마나 서운하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양가 부모에게 지급하는 용돈과 장모의 육아에 대한 보상을 구분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용돈 명목으로 똑같이 양가에 50만원씩 드리고, 장모님께는 육아 수고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따로 드리는 식으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아내는 ‘50만원을 깎느냐’, ‘명목 핑계로 돈을 덜 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 ‘처가에서 제공하는 노동력이 훨씬 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50만원을 깎은 게 아니라 생활비 카드를 드리니까 사실상 200만원을 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장모의 육아 노동을 전문 베이비시터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육아 퀄리티를 봤을 때도 전문 시터나 이모님을 쓰는 건 경력직이라 300만원씩 나가는 것이다. 장모님은 그보다는 일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2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직장인들의 의견을 물었다.
“두 돌 아이 주 5일 돌봐주는데 200만원도 적다”A씨의 사연에는 2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는 장모의 육아 노동을 고려하면 200만원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취지의 반응이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에는 “제정신이냐. 200만원도 적다는 아내분 말에 동의한다”며 “전문 시터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시터는 남의 집 자식이고 장모님은 외손주인데 누가 더 사랑으로 보살필까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도 “2살 아이를 하루 종일 돌봐 주시는데 200만원이면 적게 드리는 것”, “맞벌이의 제1의 황금 조건은 조부모 육아다. 돈을 얼마를 드려도 아깝지 않다”, “아무리 더 많은 돈을 주고 전문 시터를 고용해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자식·손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값어치를 매기느냐”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양가에 용돈을 50만원씩 똑같이 드리고 전문 시터를 고용하거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부모 손주 돌봄 비용, ‘용돈’일까 ‘노동 대가’일까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과정에서 금전 문제는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다.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돈이라는 점에서는 ‘용돈’처럼 보이지만, 정기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경우에는 사실상 돌봄 노동에 대한 대가라는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부모의 절반가량은 별도의 보상 없이 손자녀 돌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단위로 정기적인 대가를 받는 노인은 34.6%, 비정기적으로 받는 노인은 17.3%였다. 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노인들은 월평균 77만 3000원을 받았으며, 여성은 80만 6000원으로 남성(68만 5000원)보다 많았다.
이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돌봄수당은 평균 107만원이었다. 연구진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20만~30만원 수준의 손자녀 돌봄수당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자녀로부터 실제 받는 금액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공적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돌봄수당 정책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공적 돌봄 서비스의 양적·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부모의 희생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가 함께 돌봄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보희 기자
세줄 요약
- 처가 200만원, 시댁 50만원 제안에 불만 제기
- 장모의 주 5일 손주 돌봄과 집안일 논란 확산
- 누리꾼들, 돌봄 노동 대가 반영 필요성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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