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는 되지만 이란은 안 돼”… 핵으로 중동 줄 세우나

조희선 기자
수정 2026-07-24 00:55
입력 2026-07-24 00:36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공식 체결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권한 용인“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가 조건”
농축·재처리는 미국만 접근 가능
양국 실익 ‘윈윈’… 핵 도미노 우려
이란, 사우디 핵 허용에 반발할 듯
도버 AFP 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공식 체결하면서 중동 정세에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의 핵 보유를 저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동 전쟁에 나선 미국이 역내 라이벌인 사우디에는 우라늄 농축 권한을 용인한 셈이어서 중동 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에너지부는 22일(현지시간)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평화적 원자력 협정과 이에 수반되는 양자 안전보장조치 협정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년간의 양국 공동 연구 결과에서 우라늄 농축 타당성이 입증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이 핵 햅정의 전제 조건이라고 23일 밝혔다.
미 행정부는 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이 사우디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원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플루토늄 생산) 기술을 이전하되, 농축·재처리에는 미국만 접근할 수 있는 ‘블랙박스’ 방식이 거론된다.
특히 사우디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를 거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나 사찰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우디의 강경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그동안 핵 비확산을 기조로 IAEA의 엄격한 사찰을 받아야 우라늄 농축을 예외적으로만 인정했기에 사우디와의 협정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번 협정이 평화적인 이용 목적이며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동 내 ‘핵 도미노’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이 사실상 허용됨에 따라 2009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아랍에미리트(UAE)는 ‘골드 스탠더드’에 따른 기존 협정의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공식적이지만 중동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서 군사적 우위를 점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와 대립 관계인 이란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협정이 양국 모두에 실익을 가져다주는 ‘윈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원자로 건설에 10년 이상 소요되고 이후에도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만큼 양국 간 안보 유대와 상업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사우디 역시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미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선임연구원은 “사우디를 미국에 더 가깝게 묶는다는 점에서 상업적·지정학적으로 큰 승리”라면서도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가해지는 피해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조희선 기자
세줄 요약
- 미국-사우디 원자력 협정 체결, 농축 허용
-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조건, 블랙박스 방식 거론
- 이란 반발과 중동 핵 도미노 우려 확산
2026-07-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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