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기어코, 아이코는 안 된다는 日…‘36촌 아들’에 왕위 자격

김유민 기자
수정 2026-07-22 10:24
입력 2026-07-22 10:24
세줄 요약
- 여성 왕족 결혼 후 신분 유지 허용
- 옛 왕족 남계 후손 왕실 양자 편입
- 아이코 공주 계승권 제외 논란 지속
일본 국회가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24) 공주는 왕위 계승 대상에서 제외한 채, 현 일왕과 약 600년 전 갈라진 옛 왕족의 남계 후손을 왕실 양자로 받아들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양자 본인에게는 왕위 계승권이 없지만, 그가 훗날 낳을 아들에게는 계승 자격이 주어진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고 왕족 수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황실전범 개정안을 가결했다. 1947년 시행된 황실전범을 실질적으로 손질한 첫 사례다.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옛 왕족 가문의 남계 남성 후손을 왕실의 양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양자 대상은 1947년 왕적에서 이탈한 11개 옛 왕족 가문의 남계 남성 후손이다. 15세 이상이면서 미혼이고 자녀가 없어야 한다. 수십 년간 일반인으로 살아온 이들이 다시 왕실에 들어갈 길이 열린 것이다.
양자가 된 남성에게는 왕위 계승권이 없지만, 왕실 편입 후 태어난 그의 아들은 계승 자격을 얻는다. 계승 순위는 양가가 아닌 친가의 남계 혈통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들과 현재 왕실의 혈연관계가 매우 멀다는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궁내청은 지난 10일 중의원 심의에서 이들이 나루히토 일왕과 36~38촌 관계라고 밝혔다.
부계 혈통을 따라 공통 조상을 찾으려면 약 600년 전인 무로마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이코 공주는 현 일왕의 직계 자녀인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승권이 없다. 반면 600년 전 갈라진 방계 후손의 아들에게는 계승권이 생긴다.
이번 개정으로 아이코 공주 등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남편과 자녀는 일반인 신분을 유지하며 왕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 왕족의 신분은 유지하면서도 본인과 자녀의 왕위 계승 가능성은 막아둔 것이다.
현행 황실전범 1조는 남계 남성 자손만 왕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한다. 현재 계승 순위는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 후미히토의 아들 히사히토 왕자, 나루히토 일왕의 숙부인 마사히토 친왕 순이다.
젊은 세대의 남성 왕족 가운데 왕위 계승자는 히사히토 왕자 한 명뿐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치권은 여성 일왕을 허용하는 대신, 수백 년 전 왕실에서 갈라진 남계 후손을 다시 편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같은 선택은 국민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여성 일왕 허용에 찬성한 응답자는 73%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 보수 진영은 남계 계승이 왕실의 정통성과 권위를 지탱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지난 4월 자민당 당대회에서 126대에 걸친 남계 계승이 일왕의 권위와 정통성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부대 결의가 담겼다. 그러나 여성 일왕이나 모계 혈통을 통한 계승을 언제, 어떻게 논의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왕족 감소에는 대응했지만 아이코 공주를 비롯한 여성 왕족의 계승 문제는 다시 미룬 셈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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