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안다는 오만, 타인을 이해한다는 착각 [영화 프리뷰]

김기중 기자
수정 2026-07-15 00:34
입력 2026-07-15 00:34
‘파리의 사생활’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정신과 의사 릴리안 스타이너(조디 포스터)는 9년간 담당한 환자 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폴라의 딸은 상담 기록을 내놓으라 하고, 폴라의 남편은 스타이너 탓에 폴라가 죽었다고 몰아붙인다. 궁지에 몰린 스타이너는 급기야 폴라의 딸이나 남편이 폴라를 죽였을 것이라 의심한다.
15일 개봉하는 ‘파리의 사생활’은 환자의 죽음 탓에 죄책감에 몰린 정신과 의사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경쾌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연기 경력 6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열연, 그리고 그의 첫 프랑스어 연기로 올해 칸 영화제 개봉 당시 화제가 됐다.
스타이너는 사건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해서 눈물이 흐른다. 멀어졌던 안과 의사인 전 남편을 만나 치료도 받고 함께 폴라의 남편을 미행한다. 이어 궁여지책으로 최면술사를 찾아가 전생 체험도 해본다. 유산을 노린 가족 누군가의 범행일 거란 의심은 점차 커지지만 범인 찾기가 쉽지 않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따라가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스타이너에게 초점을 맞춘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그는 환자의 죽음을 돌아보고, 남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돌이켜보니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아들과 불화의 원인도 자신에게 있었다.
영화는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를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나 가능한 것일까. 영화 제목에 붙은 ‘사생활’은 스타이너의 사생활을 뜻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도 의미한다. 점차 바뀌는 스타이너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남의 말을, 그리고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포스터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가 사건 이후 당혹스러워하고, 허둥거리고, 좌충우돌하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문제를 깨달은 후 다시 중심을 찾기까지 여러 모습을 하나의 캐릭터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김기중 기자
세줄 요약
- 환자 자살 뒤 죄책감에 빠진 정신과 의사
- 가족 의심과 미행, 최면으로 진실 추적
- 타인 이해의 한계와 자기 성찰로 확장
2026-07-1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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