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서 “보완수사권도 필요 없다”는 말 나오는 이유는?[로:맨스]
하종민 기자
수정 2026-04-18 08:00
입력 2026-04-18 08:00
지난해 장기미제 1인당 135.7건…“해결 불가능”
천안지청은 인당 500건 넘어…‘파산지청’ 비판도
검사들 ‘보완수사권 불필요’ 주장…“책임만 느는 꼴”
“검사들이 면담을 하자고 하면 두려움이 앞섭니다. 병가나 출산으로 인한 휴직을 한다고 할까봐 사건 처리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해요. 많은 인력이 파견을 나간 데다, 누군가 쉬면 남은 미제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 배당되다 보니 ‘폭탄 돌리기’만 계속될 뿐입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18일 사건처리 지연과 관련해 “지금으로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이 같이 털어놨다. 최근 검찰개혁 흐름에 더해 각종 특검 파견으로 인력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그야말로 사건처리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 검사 한 명당 평균 미제 사건 수는 2024년 12월 73.4건에서 지난해 11월 135.7건으로 11개월 만에 1.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검사 한명이 담당하는 ‘사건 처리 3개월 초과 장기 미제 사건’은 10.6건에서 30.5건으로, ‘6개월 초과 장기 미제 사건’은 7.1건에서 14.7건으로 각각 늘었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수사 검사 1인당 미제는 진즉에 500건을 돌파했고, 불제사건이 1인당 100건이 넘는다. 매일 쏟아지는 신건을 고작 8명 나눠 가지며 영장 업무를 보는 날에는 하루종일 영장신청 기록만 보다 끝난다”며 ‘파산지청’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인력 부족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자조 섞인 발언인 셈이다.
일선지검 부장검사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은 이미 포기 상태”라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까지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차장검사는 “한달 열심히 해서 미제사건 100개을 해결했는데, 같은 부서 검사가 쉬게 되면서 다시 100건을 배당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사건처리를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도 “통상 인사철이 아니면 담당 검사가 바뀌는 일이 거의 없는데, 최근에는 수시로 담당 검사가 바뀌어서 사건이 공중에 뜨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극심한 인력난 탓에 검찰 내부에서는 ‘보완수사권’에 대한 바뀐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해만 해도 보완수사권이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라고 주장했지만, ‘괜한 책임만 물을까봐 두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저연차 검사들 사이에서 ‘보완수사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추가수사할 여력이 없단 취지다.
현직 검사장은 “이미 각 지청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보완수사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검사들 입장에서 보완수사권은 책임만 늘어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선지검 평검사는 “이미 밤을 세워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완수사권이 남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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