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쟁끝”… 상급종합병원 길 열린 제주, 원정 진료 끝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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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4-14 12:51
입력 2026-04-14 10:28

상급종합병원 지정 개정안 고시
제주 독립 진료권역으로 분리
6월 지정신청 공고… 8~11월 지정평가
12월 결과 확정… 내년 1월 진료 개시 목표
제주 해마다 14만명 넘는 도민 원정진료
진료비 지출만 매년 2000억원 넘어
도민 10명 중 9명 “상급병원 지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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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은 올해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 강화사업으로 134억원을 투입해 의료장비 확충사업을 추진한다. 제주대병원 제공
제주대학교병원은 올해 권역책임의료기관 최종치료 역량 강화사업으로 134억원을 투입해 의료장비 확충사업을 추진한다. 제주대병원 제공


“섬이라는 지리적 한계가 도민에게 의료의 단절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매년 고난이도 치료가 필요한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도민의 50%가 육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픈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고 수도권 병원 근처의 숙소를 전전하면서 도민들이 시간적 경제적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극희귀질환들은 산정특례 진료비 감면을 받아야 하는데 이 진료를 받고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상급종합병원뿐입니다.”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12번째 타운홀미팅. 제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유해영씨의 이같은 호소는 단순한 건의가 아니라 ‘의료 공백’에 대한 절박한 현실 고발이었다.

제주가 수도권과 같은 경쟁판에서 벗어나 독립된 의료 권역으로 분리되면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길이 처음으로 현실화됐다.

제주도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규정’ 개정에 따라 제주가 별도 진료권역인 ‘제주권’으로 분리됐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제주는 서울권에 포함돼 ‘게임이 안 되는 경쟁’을 치러야 했다. 기존 11개였던 진료권역은 14개로 확대돼 제주도는 더 이상 서울 대형병원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국 진료권역은 ▲서울권 ▲인천권 ▲경기북부권 ▲경기남부권 ▲강원권 ▲충북권 ▲충남북부권 ▲충남남부권 ▲전북권 ▲전남권 ▲경북권 ▲경남동부권 ▲경남서부권 ▲제주권 등 14개로 재편됐다.

도는 앞으로 제주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준비 병원들과 협력해 절대평가 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하고 상대평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등 상급종합병원 지정 준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도는 오는 6월 지정신청 공고를 진행한 뒤 8~11월 지정평가, 12월 결과 확정을 거쳐 내년 1월 상급종합병원 진료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민들은 원정진료를 위해 쏟아붓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만만찮았다.

최근 4년간 14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원정진료를 받았으며 이로 인한 진료비 지출은 해마다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204억원(14만 2854명), 2023년 2429억원(14만 8248명), 2024년 2448억원(14만 5054명), 2024년 2448억원(14만 5054명)으로 집계됐다.

의료계는 순수 진료비 외에 항공료와 숙박비 등 부대 경비를 다 포함하면 2024년 원정 진료에 드는 비용이 연간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로 인해 서울권역에서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제주대학교병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제주지역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특히 제주지역 상급종합 필요성 조사에서는 ‘매우 필요하다’가 60.7%에 달했고, ‘어느 정도 필요하다’ 역시 34.3%로 응답하는 등 ‘필요하다’의 응답률이 전체의 95.1%로 분석됐다. ‘불필요’는 4.9%로 나타났다.

제주에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중증·응급환자 치료 강화’ 24.0%, ‘전문의료인력 확보 및 연구역량 강화’ 22.1%, ‘지역의료 수준 전반적인 향상’ 22.0%, ‘도외원정 진료 문제 해소’ 20.3% 등으로 조사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시 우려되는 점에 대한 조사에서는 ‘진료비 상승’이 34.0%로 조사됐고, ‘일반 환자 예약·진료 예약 어려움’ 24.3%, ‘의료서비스 강화 체감 효과 의문’ 18.4%, ‘특정 질환 진료 집중’ 12.1%, ‘도내 타 병원 경쟁력 약화’ 10.1%로 나타났다.

하지만 독립권역으로 분리됐다하더라도 제주에서 상급병원이 반드시 지정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료기능, 교육기능, 인력·시설·장비, 환자구성상태, 의료서비스 수준 등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갖추지 못하면 탈락할 수 있다.

박천수 행정부지사는 “제주에서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대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자동 지정하는 법안 발의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지정되는 만큼, 별도의 역량 검증 없이 예외를 인정할 경우 제도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상급종합병원은 고난도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충분한 전문인력과 24시간 진료체계, 중환자 진료 역량 등을 갖춰야 한다”며 “지리적 여건만을 이유로 기준 미달 병원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면 환자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지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타 사립대 및 종합병원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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