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다둥이 아빠·30세 예비신랑 참변…밀폐구조 유증기 폭발 추정

신진호 기자
수정 2026-04-12 16:07
입력 2026-04-12 16:07
완도 수산물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대원 2명 순직
전남 완도군 수산물 가공공장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소방대원 2명의 순직은 밀폐된 공간에 들어찬 유증기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5분쯤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됐다.
오전 8시 31분쯤 선착대가 도착했고, 오전 8시 38분쯤 1차로 진입한 대원 7명이 불이 난 현장 내부에 있던 업체 관계자를 구조해 밖으로 나왔다.
완도소방서 소속 A(44) 소방위와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30) 소방사는 진화 현장에 투입된 선착대에 포함됐다.
부상자를 구조한 대원들은 연기가 나던 샌드위치 패널 벽면을 절단기로 잘라내는 등 1차 진압을 통해 육안으로 더는 연기가 보이지 않자 공장 밖으로 일단 철수했었다.
2차 화재 진압 위해 재진입 후 불길 확산현장 판단 회의 중 다른 벽면에서 연기가 다시 나는 것을 확인하고 대원들은 2차 진압에 나섰다. 연기가 나는 부분만 서둘러 조치하면 쉽게 화재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2차 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가 오전 8시 45분쯤이었다.
그러나 오전 8시 55분쯤 불길이 갑자기 거세지고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공장 건물이 밀폐된 구조였던 탓에 유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천장 아래에 계속 모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창고 내부는 콘크리트 벽면에 우레탄폼 내장재를 바르고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한 형태였다. 냉동 기능을 위해 구조적으로도 밀폐돼 대원들의 구조와 연기 배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연기가 나는 샌드위치 패널 안에 숨어 계속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불이 벽면을 타고 유증기가 모인 천장에 닿은 순간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외부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염과 검은 연기가 솟구쳤고, 지휘팀장은 급히 무전기로 “전원 대피, 전원 대피”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어 오전 9시를 기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무전을 받은 대원들은 서둘러 대피했으나 불이 난 냉동창고에 있던 대원 2명은 끝내 대피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창고 내부가 이미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이들에 대한 수색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립된 대원들의 위치 정보를 확인한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2분쯤 창고 내부에서 A 소방위를 숨진 상태로 수습했다. 이어 오전 11시 23분쯤 B 소방사도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초기 구조된 업체 관계자 1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진화는 오전 11시 26분쯤 마무리됐다.
불은 냉동창고 안에서 페인트를 제거하던 작업자가 토치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44세 다둥이 아빠·30세 예비신랑 참변
연합뉴스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들은 세 자녀를 둔 아버지이거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1982년생인 A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이자 아버지였다.
그는 10년 넘게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베테랑으로서 평소 후배들을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였다.
B 소방사는 1996년생의 임용 3∼4년 차 새내기 소방관이다.
그는 인력이 부족한 ‘시골’ 소방서에서 구급, 화재 진압, 소방차 운전 등 여러 업무를 묵묵히 도맡았다.
특히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기도 했다.
전남에서 현장 임무 중 소방관이 희생된 것은 2020년 7월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피서객을 구조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故) 김국환 소방장 사고 이후 6년 만이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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