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가 동네 망쳤다” 분노…아수라장 된 ‘성지’, 무슨 일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윤예림 기자
수정 2026-04-05 11:40
입력 2026-04-05 11:38

日가마쿠라시, ‘오버투어리즘’ 몸살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촬영지로 부상
전 세계 관광객 몰려…“교통마비” 주민들 불만

이미지 확대
배우 김선호, 고윤정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등장한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철길 건널목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김선호와 고윤정이 에노시마전철 앞에 서 있는 모습.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김선호, 고윤정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등장한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철길 건널목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김선호와 고윤정이 에노시마전철 앞에 서 있는 모습.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가 한국 드라마의 인기로 ‘성지순례’ 장소가 되면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분별한 주택가 촬영과 사유지 침입 등 피해가 잇따르자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가마쿠라시 주택가에 위치한 에노시마전철(에노덴)의 철길 건널목은 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때문이다.

배우 김선호와 고윤정, 후쿠시 소타가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일본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에노시마와 가마쿠라 신사, 에노덴역 등에서 촬영했으며, 에노덴과 후지사와시 소방국 등이 촬영에 협조했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철길 너머로 대화를 나누다 전차가 지나가는 순간 한 명이 사라지는 인상적인 연출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해당 건널목은 팬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곳을 방문한 30대 인도네시아 여성 2명은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 건널목”이라고 아사히에 전했다.

“주택가까지 영상 찍어대” 주민들 불만
이미지 확대
배우 김선호(왼쪽), 고윤정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등장한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에노시마전철(에노덴) 철길 건널목.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김선호(왼쪽), 고윤정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등장한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의 에노시마전철(에노덴) 철길 건널목.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캡처


문제는 이곳이 평범한 주택가라는 점이다. 건널목 자체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다 보니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몇 분만 서 있어도 일대 교통이 마비된다. “사람이 너무 많아 차가 지나갈 수 없다”, “자동차 경적 소리가 시끄럽다” 등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발생했다.

노상 주차, 쓰레기 투기, 사유지 무단 침입 등 가마쿠라시 관광과에도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건널목에서부터 주변 주택가까지 계속해서 동영상을 찍어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NO PHOTO’라고 적힌 표지판이 건널목 주변 여러 곳에 설치됐지만, 여전히 삼각대까지 동원해 촬영하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가마쿠라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지난달 27일부터 주민들이 대문에 붙일 수 있도록 ‘이 건물을 촬영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한국어·영어·일본어 3개 국어 안내 표지판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로케이션 코디네이터를 담당한 일본 업체에도 연락해 주민들의 피해 상황을 전달하고, 향후 촬영 시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를 요청한 상태다.

이미지 확대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에노시마전철(에노덴) 가마쿠라고교앞역의 철도 건널목에서 에노덴이 지나가고 있다. 슬램덩크의 무대인 이 철도 건널목은 가마쿠라의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가나가와현 관광포털 캡처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에노시마전철(에노덴) 가마쿠라고교앞역의 철도 건널목에서 에노덴이 지나가고 있다. 슬램덩크의 무대인 이 철도 건널목은 가마쿠라의 주요 관광지로 꼽힌다. 가나가와현 관광포털 캡처


가마쿠라시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만화 ‘슬램덩크’의 주무대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곳이다.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가마쿠라고교앞역의 바다가 보이는 철도 건널목은 일본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관광지다. 특히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장면을 따라 하기 위해 차도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다.

사타키 요시히로 조사이국제대학 관광학 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촬영지 선정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장소에서의 촬영은 사전에 현지와의 조율이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사전에 지역의 양해를 구하고 트러블 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지고 대처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오버투어리즘의 혼란은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지역 내에서도 성지순례를 경제 효과로 잇고 싶어 하는 입장과 조용한 삶을 원하는 입장이 상충하기도 한다”며 “만병통치약 같은 해결책은 없으나 어떤 식으로든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4268만 3600명으로 기존 최다였던 2024년보다 15.8% 늘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부 시설에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윤예림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가마쿠라시에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