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홀짝제 추진… 생산명령에 비축유 스와프까지 쏟아지는 ‘비상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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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래 기자
김중래 기자
수정 2026-03-31 17:29
입력 2026-03-31 17:29

정부, 중동사태 자원 안보 위기에 비상대책

공공기관 ‘24년만’ 2부제 시행 검토
비축유 스와프·나프타 수입 보조
종량제 봉투 ‘사재기’엔 “걱정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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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31일 차량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3.31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31일 차량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3.31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불러온 자원 안보 위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비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원유·나프타 수급 부족이 자칫 경제 전방위 위기로 번지고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처방전을 꺼낸 것이다.

공공부문은 24년만에 승용차 2부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에 필수 제품 생산을 강제하는 명령도 동원됐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이 완전히 막힐 수 있다는 ‘공포심리’가 번지지 않도록 이재명 대통령부터 나서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정유사에 정부 비축유를 먼저 공급하고 차후 채워 넣는 ‘비축유 스와프’를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유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될 시 공공기관에 승용차 2부제(홀짝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기존에 시행중인 공공기관 5부제를 격일마다 차량 운행을 중지하는 2부제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2부제가 시행된 것은 24년전인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로, 그만큼 불편이 커 시행하지 않았다. 이르면 다음달 6일부터 시행될 수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필수 제품 생산 명령 카드를 꺼냈다. 법 제6조는 천재지변, 긴급한 재정·경제상의 위기로 물가 급등, 공급 부족 등의 현상이 나타날 때 정부가 민간 기업에 물품 생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코로나19 사태에 정부가 마스크 등 위생품목 생산을 명령한 것도 이 법을 근거로 했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 27일 석유화학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의 수출 제한 및 기업의 생산·도입·판매·재고 등 모든 사항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비닐봉투, 수액제 포장재 등 생활필수품과 보건·의료 등의 필수제품의 원료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고려해 생산 명령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석유화학 제품의 매점매석 금지, 필수 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생산 명령 등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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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3.31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3.31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 제품 공급 불안 심리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는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 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서 “‘쓰레기봉투가 부족해서 나중에 값이 오를 테니 미리 사놓자’는 얘기가 있는데 쓰레기봉투는 영업 물품이 아니다”며 “생산 원가는 보통 몇 원에 불과한데 100~200원씩 받는 일종의 세금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투 값을 올릴 리가 없고 올릴 수도 없다”며 “사재기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유사가 원유 부족으로 생산을 멈추지 않도록 정부 비축유 스와프(SWAP·교환) 제도도 전격 도입된다. 제도는 정유사가 원유 대체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증명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내어준 뒤 대체 물량이 국내 도착하면 이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4~5월 두 달간 운영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 정유4사 모두 SWAP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했고 요청한 2000만 배럴은 정부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프타 대체 수입선 확보를 위한 단가 차액 지원, 저리 융자 및 신용장 확대 등의 대책도 추진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전쟁 추경에 4695억원을 신규 편성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를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의 중동상황 발생 이후 나프타 수입단가 상승분 차액 50%를 보조할 계획이다.

대체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카메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피유쉬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 나프타 수입 긴급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정부 비축유 방출 시점은 4월말~5월초로 예정돼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로부터 허가받은 비축유 방출 시한은 6월 9일이다.

세종 김중래·강주리·서울 강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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