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에너지의 그림자...노후 구조물 설비가 참사 부추겨

김형엽 기자
수정 2026-03-24 17:38
입력 2026-03-24 17:38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작업자 3명이 숨진 가운데 노후 발전기를 포함한 풍력 발전 설비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 개선 및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력발전기가 소방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면서도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영덕군 등에 따르면 전날 영덕읍 풍력발전단지 내 발전기 화재로 숨진 유지·보수업체 직원 3명은 78m 높이에 달하는 발전기 상단 너셀(기계실) 내부에서 작업 중 화를 당했다. 위급 상황시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비상 탈출 시설이 있었으나 제때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기는 일반 건축물이 아닌 구축물(땅에 설치된 건축물 이외 구조물)로 소화설비와 경보설치, 피난 구조설비, 소방용수 설비 등 필수 설치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제조사나 설치 업체에서 자체 판단해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실정이다. 유럽에서는 풍력발전기 화재예방 지침을 마련해 대비하고 미국은 화재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설계한다.
풍력발전기는 상부 너셀에 윤활유와 유압유 등 가연성 물질이 있고 날개는 탄소섬유나 유리섬유 등으로 제작돼 불이 붙으면 쉽게 번지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소방 장비로는 물을 뿌려도 닿지 않을 높이라 초기 대응부터 진화 단계까지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전날 발생한 화재의 경우 외부로 옮겨 붙은 불은 진화했으나 상단의 불은 이날 오후까지도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설비 노후화에 대응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발전기 노후화로 고장과 점검이 잦아지는 추세”라며 “유지·보수를 위해 작업자가 내부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비상 대응 매뉴얼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현장 작업자의 경우 비용이나 작업 일정에 쫓길 수 있다”며 “안전 장치 설치 의무화 및 현장 위험 요소 제거 등에 대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발전기를 철거한 뒤 최신 발전기를 다시 설치하는 ‘리파워링’도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주민 보상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사고가 잇따르자 영덕군은 특단의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풍력발전기가 지은 지 20년(설계 수명)이 지나 사고가 계속 나는 만큼 철거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군에는 권한이 없어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덕 김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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