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게 쉬운 재판 열린다… ‘한국형 사회법원’ 가동

김희리 기자
수정 2026-03-23 16:09
입력 2026-03-23 16:09
서울행정법원 제공
서울행정법원이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사법 접근권을 강화하는 ‘한국형 사회법원’ 구축에 나선다.
행정법원은 23일 오후 전체판사회의를 열고 ‘사회보장 사건 전담재판부 구성·운영을 위한 내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사회법원 모델을 국내 법 체계에 맞게 적용해 한국형 사회법원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그 일환으로 사회보장 전담재판부를 확대·개편한다. 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기존 산업재해 전담재판부를 사회보장 전담재판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또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기존 산업재해 사건뿐 아니라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의 사회보장 수급권 관련 사건까지 담당하게 했다. 현재 합의부 6곳·단독 재판부 7곳이 사회보장 전담재판부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의 사법 접근성도 개선한다. 이번달부터 지적·발달 장애인을 위한 ‘이지 리드’(읽기 쉬운) 소송구조 안내문을 배포해 누구든 쉽게 관련 절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향후 법률구조공단 등과 협업해 지적·발달 장애인과 소송구조 변호사 사이에 연결이 보다 쉽게 이뤄지도록 조력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소송구조도 확대한다. 장애 유형별 전문 변호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장애 관련 사건은 접수 단계에서 원칙적으로 전액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는 주거지 근처 변호사를 배정하는 ‘찾아가는 소송구조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같은 내규 개정 및 서비스 개선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여온 정선재(사법연수원 20기) 법원장, 강우찬(30기) 수석부장판사 등의 공감대를 토대로 추진됐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부임한 정 법원장은 지난 2009년 사법연수원 기획총괄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국내 첫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영(41기) 판사의 입소 준비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강 수석부장은 지난 2022년 12월 장애인인 원고가 제기한 장애인 일자리 사업 불합격 처분 취소 사건을 기각하면서 국내 최초 ‘이지 리드 판결문’을 작성한 판사다. 당시 강 수석부장은 주문 옆에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고 쓰고, 판결 내용을 쉬운 말로 요약한 내용 및 그림을 삽입하는 이색 판결문을 작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행정법원은 독일의 사회법원 모델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해 ‘한국형 사회법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사회법원은 연금·장애급여·실업급여 등 사회보장 분야 분쟁만 전담하는 전문법원으로, 원고 친화적인 소송 시스템이 특징이다. 원고가 직접 증거를 모으고 변호사를 선임해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일반 소송과 달리 독일 사회법원은 장애인이나 수급자가 소장을 낼 때 인지대(수수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고, 판사가 직접 사실 조사에 나선다. 사회보장 분쟁의 상대방은 대개 국가나 공공기관으로 사회적 약자인 원고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법원이 보완한다는 취지다.
행정법원 측은 “이번 개편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에 사회법원 혹은 사회보장부 특례 규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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