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하우스 귤 재배 포기”… 등유값 폭등에 제주 감귤 농가 ‘깊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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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3-12 06:19
입력 2026-03-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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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하우스 감귤 재배를 하는 강성훈씨가 기름값이 올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성훈씨 제공
11일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하우스 감귤 재배를 하는 강성훈씨가 기름값이 올라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성훈씨 제공


“기름값이 두 배 가까이 뛰어 올해 1억 원이 들면 귤 팔아도 남는 게 없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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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만감류 시설하우스 모습. 제주 강동삼 기자
서귀포 만감류 시설하우스 모습. 제주 강동삼 기자


최근 제주 일부 지역 주유소의 등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며 폭등하자 제주 감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9시 기준 오피넷에 따르면 제주 지역 휘발유 최고가는 2110원, 경유 2360원, 등유 2235.00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표선 지역 한 주유소 등유 가격이 ℓ당 2450원까지 올랐다”는 글이 올라오며 농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 가격이면 드럼(200ℓ)당 49만 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실제 농가에선 기름값 부담이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생산비 절반이 유류비로 나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약 1500평 규모의 하우스 감귤을 재배하는 강성훈(63) 씨는 “지난해 면세유 5만ℓ를 사용해 약 5000만 원을 썼는데 지금은 기름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1억 원이 들 판”이라며 “이대로라면 남는 것 없는 장사가 될 형편”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가온 재배를 포기하고 비가림 재배로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온 재배는 비닐하우스에 열에너지를 이용해 온도를 높여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하우스 감귤 농가는 난방비 부담이 커 생산비의 절반 가까이가 유류비로 들어간다. 기름값이 급등하면 곧바로 농가 수익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 씨는 난방비 절감을 위해 히트펌프 설치도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는 “히트펌프는 전기료 부담이 크고 농가처럼 외상 거래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주 농업 구조의 등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농협 주유소 전체 유류 판매량 10만 3933㎘ 가운데 등유는 3만 5990㎘로 약 34.6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8.60%(2만 1084㎘)는 시설하우스 등 영농 현장에서 사용하는 면세유였다.

제주에서는 가온 온주감귤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등유 사용이 집중된다. 가온 감귤은 3~4월까지 하우스 난방을 유지해야 하며 4월 말부터 출하가 시작된다. 이 시기에 등유 가격이 급등하면 농가 생산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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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하우스 감귤 재배농가의 기름통. 강성훈씨 제공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하우스 감귤 재배농가의 기름통. 강성훈씨 제공


이에 농협은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총 3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섰다. 면세유 할인 지원에 250억 원을 투입해 한 달간 농민들이 사용하는 유류 비용을 낮추고, 농협 주유소 할인에는 50억 원을 지원한다.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전국 농협 주유소에서 NH농협카드로 5만 원 이상 결제하면 ℓ당 200원 캐시백 할인도 제공된다.

이춘협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최근 유류 가격 상승으로 농자재와 물류비 등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농업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도 유가 급등에 대응해 특별 물가안정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도는 주유소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내 주유소 최저·최고 가격을 하루 두 차례 공개하고 가격 담합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앞서 10일 화북동 민생 현장을 찾아 유가 부담 실태를 점검하면서 “유가는 도민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문제”라며 “소비자와 소상공인 양쪽의 부담을 균형 있게 살피며 완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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