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대령 유공자 등록 재검토에… 4·3단체 “늦었지만 환영… 역사 바로 잡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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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수정 2026-02-27 12:29
입력 2026-02-26 13:38

보훈부 “절차상 하자”… 사실상 등록 취소 해석
무공수훈자 심의여부 전수조사 실시 심의 예정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진실은 제자리로 돌아와”
오영훈 지사 “도민의 꺾이지 않는 의지 보여준 것”
위성곤 의원 “무공훈장 서훈 취소도 재검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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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세웠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제주4·3의 진실을 담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세웠다. 제주도 제공


국가보훈부가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자 제주 사회는 일제히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단순한 절차 보완을 넘어 왜곡된 서훈과 기록 전반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보훈부는 26일 “자격과 절차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감안해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기 위해 사안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4일자로 이뤄진 국가유공자 등록은 사실상 취소된 셈이다.

보훈부에 따르면 그동안 무공수훈자에 대한 등록은 서훈 사실과 범죄 여부 확인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 왔으며, 박 대령 역시 보훈심사위원회 심의 절차 없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6조 5항은 법이 정한 신청 대상 유족이 없어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하는 경우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나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박 대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자 제주 4·3단체 등은 “수많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비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14일 보훈부에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제주 4·3사건 당시 조선경비대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이른바 ‘초토화 작전’ 등 강경 진압을 지휘한 인물로,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에서 대규모 민간인 희생에 책임이 있는 지휘관으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1950년 이승만 정부가 을지무공훈장을 추서한 전력이 국가유공자 등록의 근거가 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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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사태와 관련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1일 제주를 찾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박진경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사태와 관련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12월 11일 제주를 찾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 4·3 범국민위원회와 제주 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4·3 당시 쓰러져간 이들의 이름을 왜곡해온 역사를 바로잡는 시작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진경뿐만 아니라 4·3 관련해 논란이 남아 있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공정한 검증체계를 마련해 잘못된 서훈이나 기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특히 4·3 왜곡에 대한 처벌 규정과 서훈 취소 요건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진실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입법을 요구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4·3 학살 주범, 국가유공자 취소는 당연하다”며 “지난해 박진경 추모비 옆에 세운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은 4·3의 진실을 향한 제주도민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부터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3기 진화위 출범에 발맞춰 4·3 희생자 신원확인 사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며 “제주도는 마지막 행불인 한 분까지 끝까지 찾아 4·3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 입장이 나왔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3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무공훈장 서훈 자체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상훈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 강동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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