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라면 값 내려갈까?…20년 만의 밀가루 ‘가격 재결정’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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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서 기자
박은서 기자
수정 2026-02-20 18:23
입력 2026-02-20 18:23

공정위, 제분 7사 6년 담합 적발
관련 매출 5.8조 원
과징금 사상 최대 경신 가능성
심의 전 이례적 브리핑 강행
2006년 ‘5% 인하’ 전례 재현될지 식품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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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지난해 10월까지 국내 기업간거래(B2B)에서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 가격 및 물량 배분을 밀약한 혐의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공정위 심판대에 오르는 7개 제분사는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지난해 10월까지 국내 기업간거래(B2B)에서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 가격 및 물량 배분을 밀약한 혐의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고 20일 발표했다. 공정위 심판대에 오르는 7개 제분사는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국내 제분업계가 6년 동안 가격을 담합해 판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을 받게 되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라면과 빵·과자 값의 도미노 인하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원회의 심의가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연 것은 담합 등 민생 경제 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인 만큼 추가적인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업체에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조치 의견을 담은 것으로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조사 착수 후 총 4개월 반 만에 마무리했다. 통상 담합 사건 조사에 평균 300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다.

게다가 공정위가 심의 대상 사건을 전원회의나 소회의 결론이 나기 전 언론에 공개하고 브리핑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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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밀가루 가격 담합 수사 결과 발표
검찰, 밀가루 가격 담합 수사 결과 발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공정위의 행보는 최근 검찰이 공정위 조사 도중 고발요청권을 써 기소에 나선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왜 공정거래 사건은 누군가(공정위)가 꼭 고발해야 하고 고발 안 하면 수사도 못 하고 기소도 못하고 처벌도 못하고 그게 이상하지 않냐”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에 의문을 표했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공정위가 사건을 오래 조사하다가 시효가 임박했을 때 고발한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공정위가 조사 지연 비판을 불식시키고 수사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7개 사는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88%를 장악하고 있으며, 담합 행위 관련 매출액만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라면·빵·과자 등 주요 식품업체에 공급된 물량이 대거 포함돼 있어 서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주범으로 지목된다.

담합 판단이 나오면 공정위는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는 1조 160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 가운데 최대 금액이었던 퀄컴의 1조 311억원보다도 많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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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 사건 브리핑하는 유성욱 조사관리관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 사건 브리핑하는 유성욱 조사관리관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리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7개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심사 결과 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심사 보고서에는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려달라는 의견이 포함됐다.

관심은 담합 행위 제재 이후 밀가루와 가공식품 가격이 내려갈지에 쏠린다. 제분업체들은 밀가루 담합 협의로 2006년 6월에도 제재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8개 제분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4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된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당시 가격 재결정 명령한 이후에 5%가량 가격이 인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밀가루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121.43으로 담합 시작 전인 2019년 9월 대비 21.4%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35.9%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밀가루와 설탕은 가공식품 제조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라며 “원재료가 인상을 명분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던 식품업계는 이제 제조원가가 낮아진 만큼 자발적으로 최종 소비자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이 서면 의견을 내고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등에 8주가 걸리는 만큼 이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세종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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