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5.8조 ‘밀가루 담합’…공정위, CJ·대한제분 등 7곳 제재 착수

박은서 기자
수정 2026-02-20 12:01
입력 2026-02-20 12:01
B2B 점유율 88%, 6년간 가격·물량 담합
담합 관련 매출액만 5.8조 원
공정위 심사보고서 이례적 공개 브리핑
“민생 밀접 품목 관련 국민 알권리 보장”
강력한 ‘가격 재결정 명령’ 내려질 지 주목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들이 가격을 담합한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해 심사관이 작성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를 7개 업체에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7개 업체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이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조치 의견을 담은 것으로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역할을 한다.
심사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4개월 여에 걸쳐 진행한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피심인들이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6년 간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배분에 대해 담합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납품 가격을 높게 하자는 답합과 각 수요처 별로 일정량을 납품하는 담합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담합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 7개사가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88%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담합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막대했다. 공정위가 산정한 담합 행위 관련 매출액만 5조 8000여억 원에 달하며, 여기에는 라면·빵·과자 등 주요 식품업체에 공급된 물량이 대거 포함돼 있어 서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 주범으로 지목된다.
심사관은 밀가루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관련 법에 따라 담합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는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서면의견 제출 등 법령에 규정 피심인 방어권 보장 절차가 8주 가량 걸리는 만큼 위원회는 4월이 지나서야 열릴 가능성이 높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에 내려졌던 가격 재결정 명령이 20년 만에 다시 내려질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해당 제도는 사업자가 담합으로 매긴 가격을 폐기하고 가격을 다시 산정해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는 조치다. 공정위는 실효적인 경쟁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건에 적극적으로 가격 재결정 명령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위원회 개최 전 심사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 조사관리관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피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사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공정위의 행보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밝힌 강력한 담합 근절 의지와 맥을 같이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설탕과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해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 규정하며 “질 나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종 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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